생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by 최태경

오늘이 내 생일이네.


힘든 고비를 넘기고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 때문에 생일이고 뭐고 심란하기만 하다.


다 크면 맘 쓸 일 없을 줄 알았던 건 오산이었다.

품 안에 자식.

먹이고, 입히고, 뒤를 돌봐주는 돌봄은 수능과 함께 성년이 되면 졸업을 하겠구나 생각했었다.

그냥 맛있는 먹거리 입에 물려주고, 입성 깔끔하게 입혀주고, 몸도 맘도 건강한 사람 되길 바라며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한다.

사소한 것들로 들어 먹힐 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누굴 닮아서 고집이 소심줄 같은지...


야채랑 같이 먹어라

머리 좀 감아라

시험기간 아니니?

내 아이들은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수월하고, 순하고, 알아서 잘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순딩 순딩하다가도, 매도 안 통하는 황소고집이라 한 번씩 열 받게 하는 거 빼고는 고맙게 잘 커 주었다.

그럼에도 수월치 않은 게 양육이다.

수많은 밤들을 노심초사 눈물을 훔치며 키워냈다. (녀석들 알랑가 몰라)

아프면 병원 데려가고, 편식하면 요리법을 바꿔서 퓨전요리를 하면 되고, 머리 안 감으면 욕실에 어거지로 들여보내면 되고, 진짜로 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상에 앉아 있기는 했으니, 그럭저럭 ‘이눔 시키~’ 하면서도 잘 키웠다.


그렇게 핏덩이 갓난아이가 부모의 헌신으로 성인이 되어간다.

한 생명체가 세상에 나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일련의 양육과정들은 부모에게 주어지는 책임감이 부여된 절대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각오 없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과오다. 기쁨과 희열과 아픔, 크고 작은 감동의 파도를 넘어 돌봄의 바다를 건너고 나면,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로 사회로 나아가 자기만의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러는 사이 부모는 여기저기 몸이 탈이 나고, 감각과 반사신경이 무뎌지며 꼰대가 되어 사회로부터 도태되어 간다.


자식이 아파하면 소리도 못 내고 뒤에서 운다.

지켜보고 있는 맘이 찢어져 억겁의 꺼풀이 되어 풀어내지도 못하고 가슴에 묻는다.


끽해봐야 20대.

세상 다 겪어 본 듯

아는 체를 한다.

어른인 척을 한다.

중년이 된 나도 아직 애 같구만.


힘든 일 겪으며 자가치료 중, 상처받은 맘 다칠라 지켜만 보려니 전전긍긍

'이제 시작이다. 삶은 죽을 때까지 녹녹지 않은 법이야.'

먹히지도 않을 잔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하고 삼킨다.


이러한데

내 엄마는 어땠을지


층층시하 고된 시집살이를 버텨내야 했을 것이고,

대가족 살림에 가업 일손 돕기까지

그러니 자식들 물고 빨고 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고, 40대 초반에 남편을 잃고, 큰집 살림까지 꾸려가야 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잃은 할머니의 맘도 십분 이해는 된다. 그 분풀이로 지아비 잃은 며느리에게 말도 안 되는 생트집을 잡을 때면

'도망이라도 가지...... 엄마'

젖은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소리 없이 울었다.


고집불통인 딸아이

누굴 닮았겠는가

나 또한 속 썩이는 딸이었을 것이다.


'널 똑 닮은 애 낳아 키워봐라. 그래야 내 심정 알 테니'


열이면 열 가지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을 재주를 물려줬는데도, 잘살아내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자식을 보는 늙은 노모의 마음은, 닳아 없어진 연골처럼 살아있음 만으로도 아픔 이리라.


매년 내 생일이면 엄니랑 감사하며 좋은 시간들을 보냈었는데

올 해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도 못 하겠다.

송구스럽고 면목이 없다.

열 달을 품어, 낳아, 보듬어 키워줬음 보답은 못 할망정, 걱정 끼치지 말고 잘 살기나 해야지.

그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옛말이 있나 보다.


여느 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인데 생일이라는 이유로 불편하고 신경이 쓰인다.

그럴 바에는 ㅜㅜ생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으이......(엄마가 들으면 속 아프실 얘기겠지만)


엄마,

못난 딸, 낳느라 애쓰셨어요.

영락없이 쏙 빼닮은 아이도 낳고요. 그래도 엄마가 낳은 딸보다는 나은 거 같아요. 저보다는 지 엄마한테 잘하는 것 같아요.

목숨 걸고 낳아, 몸고생 맘고생 많이 했지만 그래도 그 녀석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요.

늘 애타게만 하고, 잘해드리지도 못하지만 남은 시간 웃는 날 되시게 노력할게요.

건강하셔야 해요.

모르는 게 사람살이라 했으니 엄마 딸냄도 쨍하는 날 있겠쥬~ 기도나 해주세유~




전화라도 드려야 하는데...

딸냄 생일인지 알기나 하실지 모르겠다.




음악은 늘 위로가 된다.

다독... 다독......

- 스텐딩 에그 <Little Star>

https://youtu.be/mCt9HdcJz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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