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하면 좀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
내 안에 내가 없다
속을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텅 빈 줄기로 작은 바람에 맥없이 흔들리는 갈대 같다
내가 보이지 않는다
불안하다
칠흑 같은 어두운 물속을 헤엄치듯 불안 속에서 나아가지도 못하고 막막하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걸린
이리저리 뒹굴고 치여 헤진 비닐봉지
수면의 흐름에 따라 덧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같으다
소리가 죽었다
목소리를 잃은 검은 까마귀
속까지 검게 타버렸다
뭐라 하는지
뭘 원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물음표만 품었다
왜 태어났을까
변태를 끝낼 수 없는 비극의 벌레 우화 하고 싶은 잠실의 누에나방
누구를 위해 열심히 뽕잎을 갉아먹는지
날 수 있음을 알기나 할까
희생으로 얼룩진 시간
헌신적인 사랑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답인줄 아는 바보
그 사랑으로
사람도
세상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바보
아주 오랜시간
움직이지 않는 산을 움직여 보겠다고
가슴이 멍들어 망가지는 줄도 모르던 멍충이
똥멍충이
낡고 닳아버린 잔해
풍랑에 처참히 부서져 해안가로 떠밀려 온 난파선
남은 게 있을까
난 내게 독과 같다
서서히 스스로를 독살한다
살 속으로 스며들더니 핏속 뼛속같이 독이 퍼진다
생각이 굳어버리고 판단도 마비된다
무차별 난도질을 한다
자멸할 걸 알면서도
그런데도 겁이 나질 않는다
독을 품어서 그런지 겁나지 않는다
벽장 안에서 패악스럽게 울부짖는다
꺼내 달라고...
벽장 열쇠는 내 손안에 있는데...
숨쉬기가 힘들다
가슴에 구멍을 뚫어야 할까
가끔...
뜬금없이... 올려다본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다가도
숨이 가빠지고 어찔해진다
헤아릴 수가 없다
어제의 내가 누구였는지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나에게 미래가 있긴 있는 것인지
하루면 수십 번 바뀌는 맘
느낌표도 없이 물음표만 수두룩한 날
메아리를 잃은 벌거숭이 산
발가벗겨진 배롱나무
그 가지 위에 수심처럼 차가운 겨울비가 스친다
근육의 근력만이 문제가 아니다
늘어지고 쳐진 자존감을 수축시켜주는 마음 근육도 탈이 났다
그간 굳은살이 박여
포기를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용기라는 단어마저 잊었다
직면해 있는 현실마저도
부정한다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인정하는 순간
내가 없어 질 것 같다
두서도 없이 써내려 간다
떨어지는 빗물처럼
순서도
이유도 없다
그냥
줄줄줄
쓴다
이리하면 좀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
비어버린 찻잔
식어버린 찻잔
그 위로 얼룩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