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장이 선다는 게 흥미롭다. 오래전부터 그곳에 서 왔던 장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나 보다. 다른 곳으로 이전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자리에 그냥 있으면 좋겠다. 산책하러 나가듯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갈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이사 온 지 1년이 넘어가는데, 사는 곳이 제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오일장이 서는 것은 손에 꼽히는 장점이다. 코로나 때문에 유입인구가 적어졌다고는 하지만 주말과 겹치는 장날에는 시끌벅적 비좁은 골목을 떠밀려 다닌다.
장터의 할머니들은 어찌나 귀여우신지 만화영화에서 튀어나오신듯하다. 삶의 흔적처럼 구부정한 등, 흙이 끼고 마디마디 거친 손, 주름진 얼굴, 엉성한 치아로 웃는 듯 새는 미소는 정겹고 왠지 모를 그리움을 자아낸다.
시장바닥에 좌판을 깔고 뜯어 온 냉이, 어린 쑥 , 깐 마늘, 말린 무, 검은콩, 텃밭 한쪽에서 던져지듯 키워졌는지 못난이 쪽파도 한 소쿠리. 할매의 삶이 엿보이는 듯하다.
슈퍼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이 허용 안 된다지만 장터에선 어쩔 수 없나 보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장바구니를 가져갔는데도 비닐봉지가 주렁주렁 양손 가득하다. 몇 걸음을 가다 서다 손을 바꿔봐야 별반 차이가 나는 무게도 아니건만, 추스르고 양손을 옮겨가며 간신히 집에 와서, 션한 물 잔을 비우는 거로 지친 숨을 돌린다.
장 봐온 먹거리를 정리해서 제자리를 찾아 넣고는 금대파(요즘 파값이 비싸다.ㅜㅜ 상비 채소인 청양고추, 마늘, 파는 비싸도 필수 구매 품목이다)랑 쪽파를 신문지 깔아 놓고 다듬는다. 파뿌리를 잘라 내고 흙이 묻은 겉껍질을 벗기고 나면, 뽀얀 속살을 드러낸다. 이쁘다. 사람도 뽀야면 이쁘더니 역시 뭐든 뽀야면 이쁜가 보다.
아쉽게도 난 까무잡잡파.
파란 녀석 음식의 맛을 살려내는 재주도 좋고, 얼마나 쉬운지 파김치는 마늘이며 다른 김치 속재료들이 들어가지 않아도 맛이 난다. 맛난 젓갈만 있으면 대충 버무려놔도 된다. 풀을 쒀 놓고, 얼마나 묵었는지도 모르는 매실청에, 추자도 멸치액젓(딱히, 추자도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상표에 쓰여있다^^ 국이며 나물, 김치며 오만 곳에 다 넣어 먹는 좋아하는 젓갈이다)을 넣어 고춧가루를 풀어 걸쭉한 양념장을 만들어 깨만 넣으면 준비 끝. 씻어 물 빠진 파를 한 줌 평평히 깔고 그 위에 양념장을 한 층 한 층 쌓아가며 펴 발라주면 버무릴 필요도 없다. 몇 시간이 지나 숨이 죽으면 맨 위에서부터 김치통에 옮겨 담는다. 자연히 뒤집기가 되고 익기를 기다리면 된다. 양파를 갈던지 기타 부수적인 것들을 첨가하면 더 맛나겠지만 이렇게만 해놔도 맛을 내니 수월하고 단순 맛들어진 녀석이다.
노르스름하게 눌린 누룽지 끓여 호호 불어 한 숟가락 떠, 그 위에 푹 익은 파김치 척~ 걸쳐 먹으면 에헤라~~~~ 어깨춤이 절로 나는 맛이다.
JMT(존맛탱. 매우 맛있다)이 따로 있겠나, 먹고 싶은 거 내 입에 착 달라붙으면 JMT.
파가 금값이니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파뿌리는 감사한 채수 재료다.
깨끗이 씻어 하얀 파뿌리를 말리려고 펼쳐 넌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속 썩어 일찌감치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 일지도ㅎ 속이 꼬였다) 약용성분으로는 해열, 소염, 냉증 설사, 피로회복, 혈액순환, 식욕증진, 비염, 고혈압 예방과 개선에 좋다(만병통치 수준이구만) 한의학에서 ‘총백’이라고 불리며 약재로 쓰인다. 매번 말려 놓아도 대부분 수육 할 때나, 채수를 낼 때 써도 모자라니 약으로 쓰려면 얼마나 많이 필요한 거지.(식당을 해야 하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