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이그~ 내가 못 살아

by 최태경

세상 어리숙하게 살지 말라 한다.

아는 사람일수록 셈은 확실히 하란다.

생업이 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다.

내 입장에서도 이유는 다 있다. 작업 주문자가 딱해서 그랬다.

사정을 들어보니 힘들다잖아.

참내, 세상 니가 젤 불쌍한 거 알어.

지나고 봐서 생각하면 어리숙한 셈법이 맞다.

별의별 사정을(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들이대며 일을 해달란다.

OO씨는 쉽게 잘하잖아.

창작을 자판기 커피 취급한다. 누르면 뚝딱 아이디어ㆍ작품이 나온다 생각한다.

나도 잠 못 자고 죙일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마무리될 때까지 온통 일 일 일.

일을 맡는 순간부터 급행열차를 탄다.


얼마 전 저녁 무렵, 긴히 상의할 일이 있다며 지인한테 연락이 왔다. 급하게 보자 한다.

운동하다 말고는 약속 장소로 갔다.

연락이 뜸하던 그간의 힘든 사정을 들으며 위로를 건넸다. 밑밥을 물었다.ㅜㅜ

새로이 창업하는 사업 관련 디자인을 해달란다. 얼마를 예상하냐는 물음에...

씩~ 멋쩍게 웃는다.

아는데 그냥 해줄 수 없냔다.

서두에 깔아 놓은 안타까운 사정 얘기를 과한 리엑션으로 감응해줬나 보다.

진심이었는데... 같이 아파해주고 들어줬는데 말이다.

내가 이런 거에 잘 넘어가게 생겼나 보다. 어리숙하게 생긴 건가? 우째, 10에 5~6은 이런 식으로 일을 맡기는 것일까?

번번이 이런 일이 잦은 걸 보면 내게도 잘못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매정하게 선 긋기를 못하는 성격 탓도 있으니 반박할 수만은 없으리라.

쟤는 보니까 일을 사정 봐서 해주더라.

쟤한테 맡기면 돈이 덜 든다.

인식이 그리 된 건가?


사정에 못이겨 종이에 여러 장 그림을 첨부해가며 아이디어 스크랩과 마무리 작업까지 일러줬다.(돈도 안 되는데 그럴 때는 어찌 그리 술술 풀리며 머리가 잘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역시~ 라는 말을 연발하며 건너 준 스크랩을 챙겨 넣으며 연신 고맙다 한다. 그러고는 감사의 표시로 술을 거하게 사겠단다.

멀쩡한 속을 안 좋다고 하고는 뒤돌아와버렸다.

아이디어를 주고 안 주고 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순간 사람 하나를 잃는다는 씁쓸함에 맘이 더 무거웠다.

대부분 그랬다.

일에 대한 수수료는 찌질하게 깎아놓고, 술이든 밥이든 과하게 뒤풀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차라리 그 돈을 수수료로 주면 좋을 텐데.

매는 맞을수록 맷집이 생긴다는데, 내 경우는 그렇지를 못하다. 공사다망하게 당해봤으니 단단해질 법도 한데, 뭉뚱그리하게 수수료가 처리되는 일은 절대 받지 않으리라 했던 다짐이 무색하다.

아는 이들이 그러면 마음의 상처가 더 심하다.


땡감을 베어 문 듯 떨떠름한 기분에 운동이고 뭐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동안 맘이 안 좋다.

믿지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새롭게 시작한 사업 품목은 평생 공짜로(공짜는 무슨 공짜 아이디어는 다 받아 가 놓고는 수수료 대신인 게지) 책임지겠다며 근간 다시 연락하겠다더니.

입 싹~

그려 공짜 좋아하면 머리 벗어진다 했다.

까짓, 적선했다 셈 치자.

옆에서 보고 있던 딸이 으이그~~ 내가 못 살아~

ㅎ알또 앞으로는 절대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니까. 두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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