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담그고 가시오

by 최태경

거부하지 않는다. 그 누구라도.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편히 쉬게 하리라>라고 부르는 옛 가요처럼 족욕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온천탕에 발을 담그러 들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맨발에 닿은 따스한 온기가 등줄기를 타고 시나브로 열이 오르더니 습기를 머금고 마스크 속이 찜통이다.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다행히 실외에 있으니 그 정도야 껌이지 싶다.

예전 같으면 모르는 여러 사람이 뻘쭘하게 앉아 있다는 게 불편해서 못했을 일이다.

오늘이 3번째다. 며칠 전 산책길에 처음 접해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실내 사우나는 열기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어 5분을 넘기기 힘들다. 족욕이 여러모로 좋다고 하니 집에서 족욕 통으로 시도를 해봤는데 답답해서 꾸준히 하지 못했다. 공원에 위치한 노천 족욕탕은 딱이다. 온천지역 특성상 혜택이지 싶다.

봄맞이로 심어놓은 꽃과 물이 오르는가 싶었는데 잎이 제 모양을 찾아가는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부니 금상첨화다.

비 오는 날인데도 할까 싶긴 했지만 안되면 뭐 산책했다 생각하면 되니까. 우산을 쓰고 나섰다.

봄비가 이쁘게도 내린다.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봄비 오는 날 헤어졌는데 봄비 오는 날 돌아왔단다. 봄비를 작사한 그니의 속이 얼마나 썩어 문들어졌으려나. 그렇게 봄비는 내맘도 적시며 촉촉히 내린다. 나이들어 속이 멀쩡한 이들이 얼마나 될까. 살아 낸 시간만큼 추억도 아쉬움도 미련도 마음의 상처난 흔적도 많은 법이다.

비오니 사람도 많지 않다. 조용하니 떨어지는 빗소리가 음악이 되어 족욕의 즐거움을 한껏 돋워준다.

스쳐 지나던 때는 몰랐는데 시설이 좋다. 발을 씻는 곳에 바람으로 말릴 수 있게 에어건도 설치되어 굳이 수건이 없어도 편하게 족욕을 즐길 수 있다.

피곤했던 육신이 따땃한 온천물에 녹작지근해진다. 뭉쳐서 잔뜩 성이 난 어깨가 좀 편안해진다. 앉아서 버티고 있기가 쉽지 않다. 그냥 물속에 몸을 푸욱~ 담그고 싶어진다.

그러고 있으려니 인생무상 뭐 별거 있나.

잠시 숨 돌려, 힘이 들어간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잡념을 떨치고 쉬어 갈 수 있으니 오늘도 행복하여라.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은 발 담그러 오세요~~~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커피소년 <행복해져라>

https://youtu.be/i14MeXe4u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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