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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Oct 15. 2021

불뚝거리는 마음

윌리 넬슨의 Yesterday When I Was Young

나이를 먹으면 온화하고, 급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처연히 대처할 수 있으며, 생각도 깊어질 줄 알았다.

된장 할~~ (맛난 된장이 무슨 죄라고ㅜㅜ 요즘 들어 입에 붙어 버렸다. 좋은 표현이 아닌 줄 알면서도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

곡식이나 과일은 때가 되어 여물면, 보기도 좋고 향도 좋아진다.

사람도 생긴대로, 성격대로, 환경에 따라 나름이긴 하겠지만, 모두가 근사하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때가 지나고 나니 알게 되더라. 세상 뜻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아홉 수를 넘기는 해넘이 때마다 00세가 되면 ???를 하고 있을 거야.

그랬었는데 파릇파릇한 그 꿈을 몇 가지나 이뤄냈으려나?

한참을 곱씹어봐도 이렇다 하게 드러내 놓고 잘했다 할 일이 몇 개도 안 되니,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꿈의 실현성은 희박하다.


거센 풍량에 휘둘리는 돛을 부러뜨리지 않고 잘 다스려야만이, 원하고 바라는 그곳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미숙함은 나이 불문.

어리다고 이치를 모른다는 것은 착각이다. 그렇다고 살아 낸 시간이 많다 하여 현명하지만은 않다.

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기에 낯설고 어설프다.

자책하고 되돌릴 수도 없고, 붙잡을 수도 없는 시간이라면 앞만 보자. 그나마 후회의 원인을 안다면 다행이겠지.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힘들다.

예전에는 곧잘 참아냈는데 이제는 그리하기 싫은지 욱하고 치밀어 올라, 목 언저리를 붉히며 열기를 뿜어낸다.

용가리도 아니구ㅜㅜ.

요즘에야 드는 생각이 죽을 때까지 이러지 않을까 싶다.

때아닌 가을장마(기상이변이란다)가 우울감을 고조시키는지 핑계 아닌 핑계를 더 해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것만 아니었음 이러지는 않았다니까?

니 탓도 아니지만, 내 탓도 아니라구.

변명거리를 어거지로 끄집어다 붙여보지만, 그럴수록 자멸감만 더하니 우울함을 떨쳐버리기에 좋은 방법은 아니다.

누가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스스로 일어나야 할 거를 안다.


근래 앉아있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 우선하던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지금이 라이딩하기에 딱 좋은 시기인데 그나마도 뜻대로 되질 않는다.

파란 하늘 배경 삼아 바이크 타고 바람을 타면서, 널뛰고 치닫는 감정을 다스릴 텐데 몹쓸 허리.

ㅜㅜ 찜질하고, 저주파 부항기로 다스려, 파스라도 붙여봐야 할까 보다.

징징거리는 아이 사탕 물려주듯, 안되면 어르고 달래라도 봐야겠다.

다행이다.

그나마 내 맘속에 바람이 있고, 그 속을 달리는 바이크가 있다는 게 참으로 다행이다.

사는 게 별게 있겠나.

이렇게 다스리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창밖에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윌리 넬슨의 Yesterday When I Was Young

https://youtu.be/0Q-CxOn2u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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