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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한국여성문예원 문예지 ‘문학상.像’

by 캘리그래피 석산

들꽃_ 이근배


이름을 가진 것이

이름 없는 것이 되어

이름 없어야 할 것이

이름을 가진 것이 되어

기락에 나와 앉았다.

꼭 살아야 할 까닭도

목숨에 달린 애린 같은 거 하나 없이

하늘을 바라보다가

물들다가

바람에 살을 비비다가

외롭다가

잠시 이승에 다녔다가 꺼진

반딧불처럼

고개를 떨군다.

뉘엿뉘엿 지는 세월 속으로만.

[출처] 들꽃 , 이근배|작성자 shjoo621

제3호 문학상.jpg 한국여성문예원에서 발간된 종합문예지 '문학.상' 표지

한국 여성 문예원은 한국수필가협회 이사를 역임한 수필가 장금생 명예원장이 여성들의 문학적 자질을 높이기 위해 1982년 개원해 올해로 36주년을 맞는다.


당시 흔치 않던 문학을 중심으로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등을 연결한 문학예술 강좌를 개척하여 여성들의 문학적 지평을 넓히는 데 노력하였고, 현재는 시인 김도경 원장이 장금생 명예원장의 뜻을 이어받아 인문학 강의, 문학을 문화로 표현할 수 있는 무대, 치유와 자아 개발의 기회를 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다양한 생활의 발견으로 승화시키는 데 힘을 쓰고 있다.


2013년이 저물어 가는 어느 겨울날,

한국 여성 문예원 김도경 원장으로부터 좋은 일 한번 해달라며 연락이 왔었다. 매년 한국 여성 문예원이 발간하는 종합 문예지 “문학, 상像”지 표지 서체를 부탁한 것. 표지 내용은 이근배 시인의 시(詩) ‘들꽃’을 서체로 작업해 주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들꽃 이근배.jpg 종합문예지 '문학.상' 표지에 써 내려간 이근배 시인의 '들꽃' 캘리그래피

강한 자생력으로 피고 지는 때를 알고, 유익을 주며, 아름다운 색깔의 꽃잎과 향기, 맛과 약효로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들꽃’에 대한 서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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