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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어메! 꼴창마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2010년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홀어머니를 모시고 내장산 구경을 가려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어머니께서는 가을걷이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나에게 “평생을 살면서 구경다운 구경 한 번 못해보고 일과 함께 살아왔다.”라고 지나가는 말을 했었다.


그 당시 본인은 경기도 광주시에 살았고, 바로 5분 거리에 남한산성이 있었다.


못내 어머니와 내장산 산행을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글씨로 서운함을 달래려고 가을 남한산성을 찾았다. 온 산하가 단풍이 빨갛게 익어가고 낙엽 태우는 냄새 또한 좋았던 그 시기.. 나는 단풍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초록, 노랑, 빨강의 색깔별 가을 잎을 함께 주워 집으로 들어왔다. 마침 처음으로 광주서예협회에서 주관하는 제1회 대한민국 캘리그래피 대전 공모가 있었을 때였다.


비록, 어머니와 함께 가을 산행은 끝내 못했지만, 단풍구경을 했더라면 너무나 좋아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어메!(표준어 ‘어머니’의 방언) 꼴창(표준어 ‘골짜기’를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함.)마다... 를 캘리그래피 대전 공모작품으로 쓰게 되었다. 또한, '꼴'에 붙은 나뭇잎은 계절 변화에 따른 단풍을 직접 남한산성 인근에서 수집해 손수 풀칠 삽입함으로써 캘리그래피와 가을을 보다 더 세밀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제1회 대한민국 캘리그래피 대전 입상작 "어메! 꼴창마다"

그 해 12월 광주서예협회로부터 공문 연락을 받았다.

‘어메! 꼴창마다’가 입상작에 선정되었고, 입상작은 1주일간 은암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오니 참관하라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그 당시 어머니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의 결과로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내 서실 오른쪽 벽에는 “어메! 꼴창마다 “ 족자가 걸려 있다.


그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8년 전 그날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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