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 온 뒤

by 캘리그래피 석산
비 온 뒤(137*91)




2009년 경기도 광주 어느 봄날,

며칠 전부터 하늘은 먹구름으로 온통 수묵화를 그려 내면서 봄비가 내렸다. 그 당시 나는 남한산성 줄령 아래 조용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집뒤로는 숲으로 둘러 쌓여 늘 기분 좋은 곳이었다.


새벽까지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서야 비는 그치고 안개는 숲을 휘감고 있었다. 세탁기를 돌리려고 배란다로 향했다. 창문 너머로 한 폭의 수묵화가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찾아 연신 촬영에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산등성이 위로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면서 비로소 수묵향연은 끝이 났다.


'우후지실(雨後地實: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라고 했던가?


비 온 뒤에는 꽃들이 피겠지요. 비온 뒤에는 하늘이 더 푸르고 땅도 더 굳어지겠지요. 비 온 뒤에는 다시 기온이 높이 올라가겠지요..,


사진촬영을 끝내고 위 사진의 제목 명명(命名)을 ‘비 온 뒤’로 정하면서 흔히 생각해 낼 수 있는 것들이다. 어쩌면 당연할 지 모른다.


제목이 정해지면 글씨를 써야 했다. 비 온 뒤 사진에 들어가는 글씨 도구는 어떤 걸로 선택해야 할지? 글씨 느낌은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하고, 글씨의위치는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분명한 것은 사진과 글씨가 일반인이나 전문가들이 봤을 때 이질감이 안 들어야 한다는 것을 가장 큰 숙제를 안고 써야한다는 것이다.


글씨도구는 가지를 물에 담그면 물이푸르게 변한다는 ‘물푸레 나뭇가지’로 사용했다.


나뭇가지의 특성상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게 되면 일반적인 양모(羊毛: 양의 털)에 비해 부드럽지는 않지만 나뭇가지에서 느껴지글씨자체의 부드러움은 있다.


여기서는 어떤 형태의 글자를 쓰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비 온 뒤’의 글자에서는 전체적인 사진의 수묵느낌과 나뭇가지와의느낌은 먹물이 흡착(吸着)되지 않고 약간의 번짐 현상이 있어 대체적으로 사진과 글씨가 조화를 이뤄냈다.


또한, 글씨의 위치는 서로가 침해되지 않는 어느 특정한 구역에 배치해서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비 온 뒤’ 글씨를 썼던 물푸레 나뭇가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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