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찬 바람과 비로 말미암아

by 캘리그래피 석산

2012년 4월은 나에게 청춘의 봄날이 계속된 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친 듯이 사랑하는 여인과 6개월 넘게 이곳저곳 맛집 투어, 여행지를 찾아 나섰다. 우리가 주로 다녔던 곳은 서울과 가까운 청평, 가평 일원이었다. 가수 sg워너비&옥주현 씨가 부른 노래를 너무나 좋아했다. 특히, ‘한여름밤의 꿈’을 유별나게 좋아해서 듣고 또 들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사랑을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그날도 주말이라 가평 귀곡산장을 가기로 했다. 그날따라 비바람이 몹시 불어오고 있었다.

목적지 4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깊은 산기슭을 올라가는 길은 평상시와는 사뭇 다른 길처럼 여길 정도로 세찬 비바람이 차를 엄습해 왔다. 숲길을 따라가다 멈춰 선 길 위에는 암갈색(暗褐色) 하늘에 실루엣 처리된 나무들이 흔들거렸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어쩌면 화려한 칼라보다 흑백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이런 단색의 풍경이 자연스럽다. 글씨 또한, 담백함속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알 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사진과 글씨의 합은 화려함보다는 단조로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느낌이야말로 객체가 다른 두 분야가 하나로 호흡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사진을 촬영하면서 검은 나무색에 흰 글씨로 가야겠다는 상식적인 생각을 안고 작업에 들어갔다. 나무 폭이 넓지 않은 관계로 글씨 도구는 네임펜을 사용하기로 했다. 문방구에서도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다 보니 작업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세찬 바람과 비로 말미암아(137*91)

이렇듯 캘리그래피의 부가적인 기능은 다양한 붓대용의 재료들이 생활 속에서 바로바로 공수가 된다는 점과 포토샵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적인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캘리그래피를 배우려는 지망생이나 기존 입문자들은 기본적인 포토샵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캘리그래피는 디자인 요소가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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