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술꾼

by 캘리그래피 석산

영화 취화선(Chihwaseon , 醉畵仙: 1850년대 선비 김병문(안성기)은 청계천 부근을 지나다가 거지 패들에게 얻어맞고 있는 어린 장승업(최민식)을 구해준다. 그들은 5년 뒤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김병문은 승업을 역관 이응 헌(한명구)에게 소개한다. 그곳에서 승업은 허드렛일을 하면서 화가 나 수장가들의 화첩 등을 훔쳐보며 틈틈이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다. 장승업의 재능을 알아본 김병문은 선대의 명화가들처럼 훌륭한 화가가 되라는 뜻에서 오원(吾園)이라는 호를 지어준다.


장승업은 타고난 재능으로 최고 화가의 명성을 얻고, 궁궐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이내 자유분방한 장승업은 궁궐 생활을 이기지 못해 도망쳐 나온다. 결국 장승업은 일체의 세속적인 관습이나 화풍의 구속을 벗어던진 채 살아간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면서 술에 취해 그림을 그렸고, 그리고 싶을 때만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그런 그를 이해해주는 건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자 몰락한 양반 가문의 딸인 기생 매향(유호정) 뿐이다. 장승업은 화가로서의 명성이 높아갈수록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장승업은 어느 날 드디어 온몸의 기가 붓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낀다. 매향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승업은 자신이 그토록 도달하려던 경지에 오르지만 홀연히 세상을 등지고 떠난다.) [출처: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취화선은 ‘술에 취해 그림을 그리는 신선’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세속적인 삶을 초월한 천재화가 오원(吾園) 장승업을 일컫는 말이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세상을 둘러보고 싶은 나그네처럼 살다가 홀연히 세상을 떠난 장승업...


2015년 8월,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이 끝날 무렵 홀연히 나만의 여행을 떠났다. 이곳저곳을 들리다 목포를 경유해 어머니가 계시는 진도 조도 새섬을 목적지로 가는 경로였다. 목포에서의 하루는 삼합과 막걸리에 취한 채 우연히 알게 된 목포 생활 도자기 박물관을 들러보다 백자 도자기 주병을 만나게 되었고, 전날 마셨던 막걸리가 조금 부족했던지 장승업을 생각하면서 그 느낌에 취해 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술꾼 (22*21)

서체의 느낌은 옛 선비들의 풍류와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었을 때의 밥이었던 서민의 술! 막걸리를 표현하려 했다.


“하루치 담배 한 갑과 막걸리 두 대만 있으면 행복하다”라고 했던 천상병 시인의 말을 옮기지 않더라도 막걸리가 있는 곳은 늘 소박하고 훈훈한 정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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