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에 돌아온 바다
한나절을 참지 못해 썰물에 다시 여행을 떠나고
제풀에 외로워진 철 지난 백사장
어둠에 골진 등을 내보이며 드러누웠다
골목길 생선가게 비린내에도 먼 바다를 그리워하였던가
그리움을 앞에 두고 제 풀에 쓸쓸해져서
겨울 바다를 돌아 나왔다
바다가 돌아오면 한나절을 놀던 물고기 저녁 썰물에 돌아가고
물새들도 비탈진 둥지로 돌아간 지 오래인데
초엿새 상현달만 백사장을 거닐다가 돌아가는 집
밤안개 갈 길을 잃고 어둠에 흔들렸다
파도에 부서지듯 바다는 다시 돌아오고
태양처럼 뜨거웠던 먼 삶의 뒤안길을 철썩이며
돌아섰던 발길 돌려 한 발 두 발 빠져 갔던 겨울 바다여
왜 겨울 바다에 다시 빠져 갔냐고 묻지는 말아 주시길
찬 겨울 바다에 몸을 담가
덧난 상처가 쓰라려 아물어지기를
여름 바다처럼 뜨거워지고 싶었을 뿐이었더라고
[출처: 김창환 詩_ 겨울 바다]
2018년 1월에 출간된 김창환 선생의 시집 추동춘하 그 유예된 시간 ‘장터목’에 실린 “겨울 바다”라는 시(詩)다. 누군가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 이야기 속에는 연모와 미움이거나 원망도 담기게 되지만 그리움이 궤적으로 남는다.
김창환 선생을 알게 된 시기는 2017년 늦은 가을밤... 내일 아침 어머니 밥상에 올라 올 물고기를 잡으러 갔던 방파제였다. 장문의 메일이 내 스마트폰 알림 서비스로 들어온 것이다.
석산님 안녕하십니까?
김창환입니다.
성원 씨는 오래된 친구처럼,
가끔은 곰삭은 듯 그녀의 언어를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지난번 광주에 갔을 때 시로 집을 짓는다 했더니 석산님 소개를 해주시더군요.
설악산이 양장으로 멋을 낸 누이 같은 산이라면 지리산은 무명옷을 입은 어머니와 같은 산이고
우리 민족의 비원(悲願)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아직 미 묵하지만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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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촌것처럼 시시한 시이지만 갈볕의 풍요로움처럼 석산님의 빛이 닿아지기를 감히 염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창환 드림.
이렇듯 정성을 다해 메일 한통을 보낸 분의 성의에 ‘장터목’ 시집 표지를 써 주게 되었고, 김 선생은 나를 위해 ‘겨울 바다’라는 시를 보내왔다.
그 답례로 내가 살고 있는 새 섬의 겨울 바다를 사진 촬영해서 그분의 시 ‘겨울 바다’ 앞 소절을 캘리그래피로 다시 써서 보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