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사소한 만남도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말로 알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스치고 지나는 인연들이 많다. 그 스쳐가는 인연에서 중요한 인연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영영 다시 못 보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인연은 꼭! 사람 관계만은 아니다. 물건이 되었던, 애완동물이 되었든 간에 서로 만나고 관계성을 유지하는 모든 것이 인연이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 중에서 남녀 간의 인연이 무엇보다 관심사다. 부처님 말씀 중에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제 짝이 있으니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인연이란 짝을 만나면 서로 끌려 허락하는 것이니, 뭇 짐승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잡비 유경> 중에서
흔히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 ‘인연’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인연이란 말은 좋은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 인연은 좋고 나쁨과 관계가 없다. 좋은 만남도 인연이며 나쁨 만남도 인연이다. 인연이란 말은 원래 불가에서 유래된 말이다. 인은 원인을 말하며, 연은 원인에 따라가는 것이다. 즉 인이 씨앗이라면 연은 밭이다. 그러므로 인만 있어서는 결과가 있을 수 없으며, 연만 있어서도 그 결실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과 연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요즘 같이 이혼율이 급증하는 세상에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상대에게 자기 생명까지 아낌없이 내어 줄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여 함께 살아가면서도 몇 년, 몇십 년이 지나면서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사람을 속된 말로 ‘간사한 동물’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것 같다.
참 좋은 인연이란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다가도 악화되어 나빠질 수도 있다. 사람들의 심리는 너무나 단순하게도 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계산적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상대에게 그동안 배품에 대한 보상을 다시 거둬 드리려는 심리가 발동하는 거다. 서푼 한 치도 안 되는 물욕이 자신의 뇌파를 통해 분노케 하여 온갖 스트레스를 떠안으려고 한다. 살다 보면 서운한 관계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게 되는 경험 역시, 한번쯤 있을 것이다. 비록, 인연이 끝나 떠날 때에도 “당신과 만나서 그동안 즐거웠다.” “나 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라고 긍정적인 작별인사로 남자답게, 여성스럽게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아 보일까.
정이 없고, 차갑게 보일 수도 있으나, 똑같은 상황에서도 나를 긍정적인 사고로 바꿔가는 힘이야말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