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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나의 길

by 캘리그래피 석산
나의 길(16*9)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돌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 위에 발자취를 내입니다.

들에서 나물 캐는 여자는 방초를 밟습니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좇아갑니다.

의 있는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하여는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침의 맑은 이슬은 꽃 머리에서 미끄럼 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었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었으면

죽음의 길은 왜 내셨을까요

[출처: 한용운_ 나의 길]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가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가 걸어온 길, 걸어가야 하는 길은 언제나 험한 산등성이 고갯길을 넘어야 했고, 길이 없는 숲을 해쳐나가야만 했다. 변혁의 시간이 다가오면 화물선을 타기도 했고, 유람선을 타기도 했으며, 어느 순간! 갈 길이 분명치 못할 때에는 노를 젓는 무동력선을 타고 직접 노를 젓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길은 하나의 길이였고, 그 길의 정점에서 또 다른 선택지의 목표를 세우고 준비를 하고 있다.


늘 평탄한 길보다는 위험천만한 길을 걸어왔다. 비록, 내가 가는 길이 고대고 힘들지라도 내가 가야 하는 길이라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오늘도 살아냈다. 누군가는 한 평생을 자신의 길을 후회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보람을 찾는 사람도 있으며, 때로는 부모 재산에 힘입어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내가 가는 길이 옳고, 현명한지는 이미 사십 고개를 넘으면서 이미 그 해답을 찾았다.


인생이라는 마당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바탕 흥나게 춤을 추고 사라져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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