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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소중한 사람

by 캘리그래피 석산
소중한 사람.jpg 소중한 사람(67*45)

누군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나는 “어머니”라고 말할 것 같다. 요즘처럼 ‘소중함’이 뼈에 사무칠 정도로 아로새긴 날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난해 8월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오로지 늙으신 어머니의 손, 발이 되어주기 위해 내려왔던 나..., 어머니와 행복했던 3개 여월의 짧은 시간조차도 시샘을 했을까? 지난해 11월 21일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목포의 한 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 중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추억으로 남게 될 시간 속에 소중한 사람 어머니가 그리워 평소 이런 날을 대배해 서울에서 어머니께 문안전화를 하면서 통화내용을 녹음한 오디오 파일을 열어보다가 또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함께 이야기하고, 웃고, 싸우다가도 금방 풀어지는 사람들과 어느 순간, 그런 상황이 끝난다면 얼마나 슬프고 괴로울까를 몸소 겪어보니 “소중함”이 얼마나 내게 행복을 줬는지 가슴 깊이 달고 다닌다.


사람의 소중함이란..

오늘 이 시간, 내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느 누구도 모르는 채 살아간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의 이야기다. 굉장히 친했던 친구와 소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연락두절이 되었는데 동창회 공개 카페에서 싸웠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문을 들었다고 했다. 그때서야 그 친구는 그때서야 자책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또, 한 사람의 애절한 사연은 ‘어머니와 아들’ 이야기다. 아들은 23세 되던 해, 교통사고로 왼쪽 뇌 함몰 상태로 언어마비, 기억상실의 굴레 속에서 10년 넘게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데.. 누구보다 그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어머니는 일찍 남편과 이혼 후, 혼자서 아들을 키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생계 때문에 정신없는 살다 보니 아들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게 너무나 후회가 된다고 했다.


이런 사연들은 우리들 주변에서 늘 회자되는 이야기들이다. ‘후회’라는 짐을 마음속에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 터널을 뚫고 가는 사람들, 예측 불가능한 삶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데 급급해 주변을 둘러볼 시간조차 없는 사람들..., 그래도 나는 어머니의 위기를 통해 사람의 소중함을 몸소 느꼈다는 점에서 주변을 둘러볼 조금의 여유를 찾고 있는지 모른다.


정령! 사람의 소중함을 이별 뒤에야 후회하면서 아는 것일까? 되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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