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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차향

by 캘리그래피 석산
차향.jpg 차향(16*10)

차향처럼 은은하게 살고 싶다.

각박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흙을 밟아가며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번쯤 생각하는 바람이거나 원하는 삶의 로망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도시 생활자로 지내는 동안 늘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개운치가 않았던 터라 뭔가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건이 허락되어 고향 섬에 들어왔고, 벌써 이곳 생활도 1년 남짓하다.


창 너머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형적인 섬마을에서 차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미 백리향(향기가 백 리나 가는 꽃으로 좋은 향기를 맡으면 그 자체로도 건강에 유익하다. 그런 식물을 흔히 허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꽤 분포하고 있다. 대개 ‘향’ 자가 붙은 풀들이 그런 식물들이다. 백리향은 향기가 자그마치 백 리나 간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지만 가만히 놔두면 그렇게 멀리까지는 퍼지지 않으며, 발로 밟거나 손으로 대고 흔들어주면 아주 진한 향기가 난다. 향이 매우 진해 향료 식물로도 많이 이용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허브 종류 중 ‘타임(Time)’이라는 품종이 백리향과 비슷한데, 현재는 이 꽃의 향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서양에서도 아주 오랜 옛날부터 백리향을 키웠는데, 그리스인들은 행동과 용기의 상징으로 생각했으며, 로마인들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식물로 사용했다. 또 중세 시대에는 수프로 먹기도 했는데, 수줍음을 없애주고 뇌를 강하게 하며 오래 살게 해준다고도 믿었다.


백리향은 우리나라 각처의 높은 산에 자라는 낙엽 소관목이다. 햇볕이 잘 드는 바위 위에서 자란다. 바위 위에 자라는 식물은 대개 키가 작은데, 백리향 역시 키가 7~12㎝가량으로 아주 작다. [출처: 다음 백과] 은 산들바람에 실려 내 코끝을 자극하기도 하고, 넝쿨 담쟁이는 돌담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섬의 날씨는 조석으로 늘 변동이 심하여 장맛비라도 내릴 것 같은 저녁이 되면 개굴개굴~ 개구리 울음소리가 마을 한가득 울려 퍼진다. 밤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는 날! 부드럽고 싱그러운 녹차 향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은 다른 차(茶)도 좋지만, 녹차만 한 것도 없다.


이렇듯 차(茶)는 시간에 쫓기고, 체면과 겉치레에 쫓기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제공하는 안식처다. 흔히, 뭍사람들은 차 마실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차 마실 시간도 없는 4~5분이면 충분히 천년의 여유를 찾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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