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3 가을 안부

by 캘리그래피 석산


가을이 되면 그 친구가 보고 싶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무렵, 낙엽과 함께 떠나버린 가장 오래된 추억을 간직한 친구 중의 한 사람이었다. 아직도 살아갈 날이 많았던 시간 속에서 뭐가 그리 급했는지 이른 생을 마감해야 했던 친구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아픔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가을안부.jpg 가을 안부(16*9)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며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립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

그 잎새에 사랑의 꿈

고이 간직하렸더니

아아아 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 하오 어찌하오

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따라 가버렸으니

아아아 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 하오 어찌하오

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따라 가버렸으니

[출처: 차중락_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유별나게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즐겨 불렀던 친구는 한 여인의 배신으로 술을 더욱 가까이하면서 알코올 중독이라는 가파른 길에서 굴곡진 삶의 종지부를 찍었다. 지금도 그 친구가 만취한 상태에서 내게 전화해 “아아아 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라며 차중락의 노래 일부를 내 귓가에 흘얼거렸던 그 친구는 그렇게 노래처럼 가을날 떠나갔었다.


아직도 가을이 오고, 낙엽이 떨어지면 그 친구가 보고 싶어 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82 우산 속 얼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