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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별이 빛나는 밤에는

by 캘리그래피 석산
별이 빛나는 밤에는(67*48)

얼마전 러시아 월드컵이 진행되었다. 월드컵에 나가기 위해, 16강, 8강, 4강, 우승을 하기 위해 수년간 사력을 다해 훈련을 한다. 축구경기에서는 골 넣은 사람만 기억하지 도움을 줬던 사람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시스트가 없으면 값진 골도 얻을 수없다. 골을 넣겠다는 욕심보다 패스를 잘 하겠다는 비움의 철학이 더 존경스럽다.


비움이란 어떤 것일까?

욕심내지 않는 것,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들의 단상이 아닐까 싶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비움이 곧 경쟁력’이라며 다섯 가지 비움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허심실복(虛心實腹)이라 해서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워야 한다. 둘째, 약지강골(弱志强骨)이라 하여 뜻을 약하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라. 셋째, 색태폐문(塞兌閉門)이라 감각기관을 갖고 정신활동을 정지시켜라. 넷째, 좌예해분(挫銳解紛)이라. 날카로움을 꺾고 복잡함을 풀어라. 마지막 다섯 번째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 광채를 줄이고 세속의 눈높이에 그 눈높이를 맞춰라.


한낮에 별을 보면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칠흑 같은 밤하늘의 배경이 있어야 별은 비로소 빛난다.

옥토에서 자란 나무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내린 나무라야 돋보이게 된다.


내가 사는 마을길을 걷다 보면 감나무 한그루가 콘크리트 맨홀 틈 사이를 뚫고 잔인하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아무리 맨홀 밑을 살펴보아도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감나무는 싱그러운 초록의 잎새로 누가 알아주던 말든 해맑게 하늘을 보며 손짓을 한다. 배경이야 말로 자신을 낮추고 숨어 있지만 최고의 미를 만들어 내는 실제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본능적으로는 일등이 되고자 한다. ‘어떤 일에 대해 일등이 되고자 하는가’가 문제지.., 일등이 되고자 하는 욕망 그 자체는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별이 되고자 한다. 별이 되기 위한 혹독한 수련 과정들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분수를 알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은 밤하늘로 남고자 한다. 다수의 희생이 별을 빛나게 만든다. 빛나는 별보다는 스스로 어두워지는 하늘이 그래서 더 그리워지는 것이다.


별을 헤아리는 것보다 넓고 깊은 마음으로 많은 이들을 포용하고 감싸 안을 줄 아는 밤하늘의 정신을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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