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1월생인 어머니 강복덕 님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성리에서 태어나, 지금껏 이름 없는 촌부(村婦)로살아왔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한국전쟁을 몸소 겪었으며, 사회 혼란으로 점철된 격동기를 보내면서 1세기에 가까운 세월의 무게를 견뎌냈다.
그러나, 끝내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 병실에서 혼자의 힘으로는 움직이지도 먹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애처롭고 가련한 모습이 나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2017년 11월 21일, 뇌경색으로 쓰러진 날에도 어머니는 호미를 들고 있었다. 혈압약을 비롯해.., 무릎관절, 허리 아픈 약을 달고 사셨지만 쓰러지기 전까지 허리는 꼿꼿하셨다.
4년 전 겨울이 시작되던 11월 초순경, 그날 도어 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이런저런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 망설이는 어투로 실버 보행기 이야기를 꺼냈다.
“너희 큰 놈이 몇 해 전 사다 준 보행기가 한쪽 바퀴가 빠져서 못쓰게 되었다”
당장 윗집에 살고 있는 시골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기존에 어머니가 밀고 다니시던 보행기 사진을 촬영해서 보내라고 부탁을 했다. 똑같은 모델은 찾을 수 없었고 가장 비슷한 보행기를 구입해 다음 날 바로 택배로 보내줬다.
나중에 알았던 사실은 기존의 보행기 바퀴를 비롯해 브레이크등이 노후되어 마을 사람에게 여러 번 수선을 했다고 했다. 끝까지 자식들에게 짐을 덜어주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으로 그렇게 노후된 보행기를 밀고 다녔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하늘 같다. 그런 깊고 넓은 하늘을 이고 살아왔던 어머니! 아들의 표정만 보아도 마음을 읽었고, 목소리의 느낌만으로 고민과 고충을 헤아려 주었던 어머니..,
오늘따라 어머니가 더욱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