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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흔들의자

by 캘리그래피 석산

경기도 광주에서 살면서 귀향을 결정한 2017년 8월의 일이다. 그날도 저녁 장(場)을 보기 위해 대형 마트를 찾았다. 1층 생활용품 코너를 지나칠 때 내 눈에 들어온 게 있었는데 바로 “흔들의자”였다.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리고 샘플로 놓여있던 흔들의자에 한번 앉아봤다. 무엇보다 눈 길이 갔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직접 앉아보니 생각보다 편했고, 멀리 이동해야 하는 데 있어 무게를 줄여주고 조립이 가능한 의자였기 때문에 구매 결정을 했다. 주문에 들어가면 1주일 후에 광주 집으로 배송된다는 영수증을 받아 챙기고 마트를 빠져나왔다.


2017년 8월 27일 귀향 길에 흔들의자를 챙겨 그립고 그리웠던 고향의 어머니 품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이 흔들의자를 조립해서 어머니를 앉혀 드렸다.

흔들의자 새로.jpg 흔들의자에 앉아서 TV를 시청하고 계시는 어머니 강복덕 님

“아이고! 좋네. 편안하다” 어머니는 흔들의자를 좋아했다. TV를 시청하면서 졸음이 찾아오면 그대로 잠을 청하는데 흔들의자만큼 좋은 게 없었다. 특히, 저녁 준비를 할 때가 되면 주방 쪽으로 흔들의자를 옮겨 어머니와 달달한 이야기를 나누던 지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가을볕이 좋은 날이면 일부러 집 밖 테라스로 흔들의자를 옮겨 마주하는 바다를 보면서 지난 일들을 손꼽아 보기도 했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조금만 더 빨리 내려왔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바람을 가졌다고 했다.


긴 긴 날 홀로 살아온 어머니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손에 일을 놓지 않았다면서 지금 이렇게 편하게 흔들의자에 기대고 앉아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고 했다.


지금도 어머니 방에 놓여있는 주인 없는 흔들의자는 창 너머 바다 쪽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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