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날은 분주했다. 어머니와 막바지 참깨를 털기 위해 매일 밭으로 나갔고, 틈나는 대로 낚시를 해서 어머니의 밥상을 챙겨야 했다.
그날도 참깨를 털면서 “어머니, 오늘 반나절이면 참깨 마무리될 것 같은데 끝나면 낚시 좀 갔다 올게요?” 어머니는 “힘들게 일하고 쉬지.”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정오가 넘어 설 무렵, 올 가을 참깨농사는 마무리가 되어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인근 갯바위로 낚시를 나갔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바다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그러나, 좀처럼 물고기는 올라오지 않았다. 물때 조황을 살펴보니 물이 만조가 되어 물고기 이동이 멈춘 상태였다.
포인트를 다른 곳으로 한번 더 이동해서 낚시를 해 보기로 했다. 일명 ‘비둘기 강’이라 불리는 곳인데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진 가운데 협곡이 형성된 부분으로 예전에 이곳에서 물고기를 많이 잡었던 기억을 되살려 봤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초릿대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 무게 역시 일반 물고기보다 중량감이 더 무거웠다. “문어였다” 간조가 되었을 때 낙지도 간혹 낚시에 올라오긴 했어도 문어는 처음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할까? 문어를 본 어머니는 “어떠 구메! 문외냐?” 끓인 물에 데쳐 얇게 썰은 문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어머니 입 속에 넣어 드렸다. 절로 미소를 자아내는 어머니는 아들 덕에 맛있는 문어도 먹어본다며 “아들아! 엄마는 너무 행복하다”라고 했다.
어머니는 조그만 것에도 ‘행복하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어쩌면 홀로 지내는 동안 행복이라는 단어를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참다운 행복이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부와 명예를 한 몸에 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척도는 조금씩 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