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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명품 햅쌀 오도미

by 캘리그래피 석산

"오도미"란 '오늘 도정해서 내일 받는 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당일 도정, 단일 품종, 국내산 햅쌀을 강조하는 오도미의 3가지 약속에는 우리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실어주고 있다. 도정 직후 7시간 이후부터 영양세포 파괴가 시작되고, 7일 후부터는 산소에 의한 산화가 시작되며, 15일이 지나면 쌀의 수분과 영양이 소멸되어 산화가 진행된다는 쌀 포장 앞면에 아로새겨 났다.


포장디자인 면에서도 신경을 썼다는 것이 역력하다. 인체 유해한 화학 재질을 사용하는 흔한 포대가 아니라 종이 새끼를 꼬아 맨 리본으로 미적 효과를 부여했다는데 더욱 이채롭다.

daum_gallery_photo_20190107030213.jpeg 명품 햅쌀 ‘오도미’ 포장디자인

오도미 쌀은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면 종이 리본으로 꼼꼼하고 안전하게 접혀 있고, 아래서 세워 논 모습은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쌀의 비밀을 또렷하게 알려주는 양심적인 면을 고루 갖추고 있다.

2016년 이른 봄,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오도미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오도미'라는 쌀 브랜드가 이미 나와 있는데 명품쌀을 강조하고 싶어 '명품 햅쌀'이라는 서체를 석산 선생님께 받고 싶다고 했다.


관계자는 기존 포장디자인이 되어 있는 오도미 쌀 이미지를 내게 보내왔다. 오도미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뭔가 부족한 부분을 석산 선생께서 채워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원형 붓터치에 명품 햅쌀 단일품종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느낌이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보내온 관계자의 제안에 맞춰 느낌의 가닥을 잡아나가기로 했다.


캘리 디자인을 마무리 짓고 한 달 후쯤 2가지로 포장 디자인된 '오도미 명품 햅쌀'을 내가 사는 집으로 배달이 되었다. 석산체와 석산 낙관이 선명하게 찍힌 실물을 보는 즐거움은 늘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

물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격려와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일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거창한 글씨에 대한 철학까지는 부여하지 않더라도 늘 뭔가를 위해서 탐구하고 즐기는 습관이야말로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정확한 답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씨가 이로움이 된다는 생각에 나는 또 붓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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