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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an 15. 2019

제4화 항아리 소주 독에 글씨를 새겨라

상고시대부터 존재해 온 항아리는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긴 결정체다. 항아리에 김치를 넣어서 발효를 하고, 김장을 담아서 땅에 묻어두고 흙과 더불어 농사를 짓고, 흙길을 밟고 살아온 생활상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이곳 섬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집집마다 크고 작은 항아리는 쉽게 볼 수 있다.  

    

건 너 마을 명지마을에서 친구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항아리를 주려고 하는 분이 지금 목포를 올라가려고 하니 빨리 와 가져 가라는 연락이었다. 찻길로 5분여 만에 도착한 명지마을 박영남 씨가 기부한 항아리는 옛날 항아리 소주 독이었다. 주둥이가 깨져 있었으나 내게는 보물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좌) 옛날 주막집에서 사용했던 항아리 소주 독 (우) 박영남 씨가 기부한 주둥이가 깨진 항아리 소주 독 모양이 비슷하다.

집에 가져와 깨끗이 세척을 거친 후 흔히 보는 항아리 형태와 다르다는 것을 보며 글자는 술과 연관된 시나 시조가 좋을 듯했다. 너무 긴 문장보다는 눈에 쏙 들어오는 임팩트 한 글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김제 무주암 주지 소야 스님의 시 ‘술타령’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술꾼들의 정서를 익살스럽게 짧은 시어로 표현한 것을 인용해 작품화했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김제 무주암 주지 소야 스님의 시 ‘술타령’을 항아리 소주 독에 인용 작품화했다.

물론 글씨만 들어가면 밋밋하여 그 옛날 주막집 풍경을 연상하여 두 선비가 목이 빠지도록 주모의 술을 기다리는 대목을 붓터치해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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