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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an 17. 2019

제6화 야생 서각(書刻)의 시작

서각(書刻)이란 일반적으로 글씨나 그림을 나무나 기타 재료에 끌이나 칼을 이용 해 새기는 작업을 일컫는다. 서각의 역사는 문자나 회화를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려고 한 행위가 목재(木材)나 석재(石材), 또는 다른 재질(材質)에 기록하여 표현하는 것이 서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서각 작품들은 세계 최고의 목판본인 ‘무구정광 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8세기 중엽)’,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있다. 그 외 고궁이나 사찰, 정자나 루(樓)의 현판(懸板) 및 주련(柱聯) 등이 훌륭한 서각작품으로 남아 있다.    

 

오늘 작자(作者)가 이야기하고 싶은 서각은 정통성에 기인해 표현하고 해석하는 서각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방치된 폐목(廢木)을 별도의 가공 없이 서각 작업화 하는 과정을 말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판면상에 문자의 자면이 새겨진 모습을 띄는 음평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인다면 판면상에 문자의 자면이 위로 나오게 새기는 각에도 도전하고 싶다.    

  

별도의 서각 교육을 배운 적도 없다. 오로지 기존 서각 작가의 전화상 통화로 조언과 자문만 받았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서각의 기본은 ‘글씨나 그림의 원형을 그대로 나무에 새기는 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이 쓴 서체를 나무에 옮겨 새기는 작업은 또 다른 분야의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언제부턴가 종이에 쓰는 캘리그래피는 식상하고 재미가 없어서 뭔가 새로운 변화를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온 듯싶다. 해양 쓰레기를 섬 재생 일환으로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재료에 서체를 옮기는 과정 중 서각이 가장 재밉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플라스틱, 돌, 어구, 옹기 등은 작업 과정이 평면적이라고 한다면 서각 작업은 입체적인 작업이 추가돼 매력을 더 느낀다.  

종이에 출력된 글자 파일을 나무에서 떼어 낸 상태에서 끌로 글씨를 파낸 상태를 보고 있다.

일명 '야생 서각' 작업 과정은 첫째, 나무에 새길 서체를 쓰고 난 후, 나무 총길이에 알맞게 사이즈를 정한다. 둘째, 종이테이프를 나무에 붙인 다음 그 위에 출력된 서체를 풀칠한다. 셋째, 서각 끌이나 전각 끌로 최대한 서체 원본을 살려 글자를 파내는 작업을 한다. 넷째, 나무 색과 잘 어울리는 유성페인트로 파낸 글자 안에 농도를 잘 배합해 더칠 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양쪽에 옛날 흑 링 고리를 달아주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누군가는 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물건들을 ‘재생’이라는 화두에 새롭게 작업화 과정을 거친 후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 무엇이든지 조금만 더 생각하고 창의를 발휘한다면 그 기쁨은 누리는 자의 몫이 된다고 확신한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내 분야가 아니지만, 모든 과정을 직접 만들어 작품화했다는 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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