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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Feb 21. 2019

제11화 부표의 재발견

새들의 고향! 새섬 조도(鳥島) 바다 양식장에 흔하게 눈에 띄는 부유물 중에 하나가 부표(수면에 띄워서 어업 영역, 암초 등의 표시, 선박의 계류, 해양의 기상 상황 관측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설치한 표지물)다. 이곳 지역 방언으로 '우끼', '투구'로 불린다.   

   

오랜 세월 바다를 경작했던 어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어구 중에 하나다. 80% 이상 톳 양식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곳 섬 주민들의 어업의 필수품인 셈이다. 물론, 고기를 포획하기 위한 그물과 고정 줄을 수면위로 지탱해주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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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태풍주의보가 발효되면 양식장의 부유물들은 통째로 날아가거나 묶어 둔 줄이 풀리면서 제각기 해변이나 인근 마을로 떠밀리기가 일쑤다. 다른 어구에 비해 견고하기가 그지없어 어민들 중에는 새로 구입하지 않고 떠밀려 온 부표를 수거해 용도에 맞게 재사용도 가능한 물건이다. 그런 크고 작은 고삐 풀린 부표들이 내가 살고 있는 섬마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물건이기도 하다.     

얼마나 염기 많은 바다 물에 절여 있었는지 양쪽에 줄을 매달기 위해 도정(道程)된 구멍 사이에는 해묵은 이끼들이 화석처럼 끼어있고 때로는 자연산 굴들이 일부 집을 지은 흔적들도 볼 수 있다.     

깨끗한 통속에 민물을 가득 받아 며칠을 푹 담가 이끼들을 제거한 후 아로새기는 작업이 3일간 계속됐다.     

원형 상태의 부표에 들어가는 글씨는 가수 서목의 '보고 싶어라'의 노랫말을 옮겼다.   

   

그대가 떠난 이 자리

추억만 쌓여 가는데

누군가를 잊으려 잊으려고

이 길을 혼자 걸었지

그대 안에 갇히곤 채로

그리움에 지친 채

초라한 내 모습 미워도 했었지

파도가 밀려오는

검은빛 바닷가에

그대가 남기고 간

모래 위에 발자욱

이 밤이 지나가면

당신의 추억들도

파도에 지친 발자욱처럼

쓸쓸히 쓸쓸히

사라져 가겠지

(출처_ 서목의 '보고 싶어라' 노랫말)     


"검은빛 바닷가에 그대(부표)가 남기고 간 모래 위에 발자욱"... 부표가 서 있을 곳은 어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양식장이 잘 보이는 곳에 마삭줄을 이용해 잘 걸었다.     

그리움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부표


버려지고 방치됐던 부표의 재발견

그냥 페인트를 짓이겨 쓸 수도 있지만, 페인트의 빠른 건조 상태에 따른 원활치 못한 탓에 작자가 의도하는 글씨는 쉽게 나올 수가 없어 1차적인 작업은 부표에 새기는 글씨를 붓으로 종이에 한번, 쓰고 난 글씨를 다시 포토샵으로 옮겨와 다시 또 한 번 교정작업을 거친 후, 파일화 된 글씨를 출력해 마스킹 테이프를 먼저 부표에 물셀틈 없이 펴 바른 뒤, 그 위에 출력된 글씨를 보기 좋게 배치한 후 칼로 파내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작은 글자를 파내는 시간에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른다. 마지막으로 유성페인트로 원하는 색을 이용해 글씨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페인트 글씨를 마치고 나면 비나 눈에도 잘 견뎌내는 '부표의 재발견'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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