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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pr 07. 2019

제15화 작품 공양에서'아름다운 가치'를 배운다

지금까지 작가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수많은 작품 공양을 해왔다. 어려운 농가들을 위한 브랜드 글씨를 비롯, 섬 주민과 대한민국 국민ㆍ재외국인에게 '사랑의 서각 문패ㆍ현판 달아주기 운동', 독도 관련 글씨에 이르기까지 작품 공양은 계속되었다.     


'가치 있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자청한 첫 평택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의 삶을 통해 가치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의사, 간호사, 행정 직원들이 연합해 주변 사람들을 돕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김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돈, 명예, 성공을 추구하지만 그 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고 살아갈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라고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는데 갚을 능력이 없는 분들에게 거저 주는 선행과 도움이야말로 인생의 가치로 더욱 빛난다."는 말을 했다. 쉽지 않은 결정에 고개가 숙연해지는 대목이다.    

  

'나'아닌 '우리'라는 인생 가치를 삼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에는 개인의 욕심보다는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충남 서산이 고향으로 잠시 진도 새섬 조도로 여행 와서 아예 정착한 한영수 씨(톳 양식업 종사)가 그런 사람이다. 본인을 한마디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집시 인생'이라고 말하면서 올해로 21년이 넘게 새섬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한영수 씨는 가훈 역시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고 헌신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살고 있는 멋진 분이다.     


작자 역시 섬에서 4년 넘게 살면서 크고 작은 일에 한영수 씨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나고 자란 형, 동생들보다 더 편한 사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여백의 공간을 열어주는 고마운 분이다. 그래서 그분을 위한 특별한 작품 공양을 하기로 결정했다.

    

며칠 전 원하는 문구를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자 "뾰족 봉우리보다 기댈 언덕이 아름다워라"라는 문구를 보내왔다. 작자가 알아서 정한 작품으로 선물을 해 줄 수도 있었지만 이양이면 원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품 재료도 폐목이다. 섬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폐목 종류는 소나무다. 폐목에 글씨를 새기는 과정에서 끌이 지나간 자리로 소나무향이 그윽하게 코끝을 자극했다.  

 소나무 폐목으로 작품화 했다.

작품이 완성되어 전화를 걸었다. "오늘과 내일까지 바다 일이 마무리가 덜되어 모레 저녁 삼겹살 파티를 하며 작품 전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배려인가?      

비록, 작품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는 한영수 씨에게 눈물겹도록 고마움이 밀려온다.    


어쩌면 이런 따뜻한 사람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삶은 더 풍요롭지 않을까 싶다. 인생 별것 없다. 작지만 내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아름다운 가치를 반추하게 되고 앞으로의 여정에 알찬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   

한영수 씨 집에 서각 작품을 직접 걸어드리고 기념촬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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