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는 전남 함평(咸平) 해보면에 외양간을 고쳐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독특한 책 집이 있다. 10년 전 광주에서 살다가 이곳 함평 해보면으로 귀농한 노기순, 조윤순 부부.
자연과 사람, 책과 사람이 거리낌 없이 만나는 공간을 꿈꾸었던 두 부부의 책 사랑으로 탄생한 농부의 책 집 ‘해보면'은 함평군 해보면에 소재하고 있는데 '뭔가를 해보다' '하늘의 태양을 보며 살자'라는 희망을 말하는 중의(重義)적인 표현이라고 한다.
2019년 2월 15일 농부의 책 집 '해보면'이 공식 개관식이 있었다. 함평군 교육 관계자를 비롯,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옥같은 시 낭송을 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농부의 책 집 '해보면'은 아련한 추억이 묻어 있고 지나간 시간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람의 온기가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한글 문예, 시 낭송, 바리스타 교육 등 주민들과 소통ㆍ 공감하며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는 게 작은 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다.
'사랑의 서각 문패 달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과정에서 낯익은 분의 문자가 도착했다. 조도중학교 이다은 선생의 어머니 조윤순 관장님의 문자였다.
2018년 필자의 모교 학생들에게 캘리그래피 특강을 하면서 처음 모교에 부임한 노다은 선생님으로부터 어머니 얘기를 들은 바 있었다. 뜻밖의 문자에 너무 반가워 전화를 드렸다. “늘 선생님의 아름다운 글씨를 접하고 있다”면서 고민의 고민을 하다가 필자에게 서각 현판을 의뢰드린다고 했다.
서각 현판은 문패와 달리,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소정의 작품료를 받고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묻자, 조윤순 관장님은 “선생님의 작품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습니까?” 라며 흔쾌히 수락을 했다.
글씨 시안을 보내드리고 하루가 지난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중론을 모아 결정한 시안은 이미지를 한차례 수정한 다음 최종 결정되어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 농부의 책 집 ‘해보면’ 작은 도서관 입구에는 마을 주민들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뜻있는 현판식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