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대 정봉수(1907~1970), 제2대 정성인(1970~2002), 제3대 정용진(2002~)씨로 이어지는 110년의 시간..
굴비의 고장! 영광 법성포가 고향인 정용진(44)씨는 처음부터 가업을 이어가겠다는 말을 선뜻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희 집안은 평생 동안 굴비만 만들어 왔지만 저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지요. 도시 생활자로 이 일, 저 일 닥치는 대로 도전해봤지만 실패의 연속이었지요. 그러는 가운데 마음 한구석에는 늘 굴비가 자리하고 있었죠. 그리고 다시 내 고향 법성포 칠산 앞바다로 돌아왔지요. 내 인생 목숨 걸고 하고 싶은 일은 오직 '굴비'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요."
2019년 5월의 어느 날, 대성 창업투자회사 손경춘 센터장으로부터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8월 말 S백화점 납품용 영광 보리굴비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며 광주에서 만나 뵙기를 청했고, 그 달에 대성 창업투자회사에서 손경춘 센터장과 영광의 보리굴비 사업을 하는 젊은 장인 정용진 대표와의 미팅이 이뤄졌다.
정용진 대표는 본인의 보리굴비 가업 110년의 전통에 걸맞은 글씨를 받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제품의 포장에 대해 신경을 못 썼습니다. 어떤 것이 디자인 측면에서 좋고 나쁨의 잣대를 정확히 분별력 없이 굴비를 생산하고 판매했었죠.”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차별화된 디자인, 사고 싶은 마음을 소비자들에게 주고 싶어 석산 작가님을 모셨다.”는 말에 속으로 ‘젊은 친구가 생각이 깊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고가의 작품료를 지불하면서 까지 글씨를 받아 디자인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던 정용진 대표와의 1차 미팅이 끝나고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해야 하기 때문에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보리굴비’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게 된다.
정용진 대표가 운영하는 ‘(주) 오늘의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보리굴비는 어떤 맛일까? 직접 영광 법성포로 향했다. 법성포에 직접 운영하는 보리굴비 음식점에서 보리굴비 맛을 먼저 보기로 했다. 한상 가득 올려진 보리굴비 식탁에서 감탄사를 유발했다.
명절상차림 같은 넉넉하고 맛있는 보리굴비 상은 처음 접했다. 그 길로 진도 조도(섬)에 서실로 돌아가 작업 삼매경에 빠졌다. 2주에 걸쳐 나온 1차 시안에서 정용진 대표는 조심스럽게 한 번 더 디자인을 잡아 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
2차 시안 작업으로 결정된 ‘보리굴비’는 전체적인 단 상자 디자인을 시작으로 탄력 있게 일이 진행되었고, 그 해 8월 말 S백화점으로 첫 납품되어 추석 대목을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