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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an 10. 2020

#21 수류화개(水流花開)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사람은 어떤 묵은 곳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꽃처럼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살아 있는 꽃이라면 어제 핀 꽃과 오늘 핀 꽃은 다르다.


새로운 향기가 새로운 빛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일단 어딘가에 집착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안주하면 그 웅덩이에 갇히고 만다. 그러면 마치 고여 있는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출처: 법정스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 중에서)  


      

흔히, 강진을 말할 때 '남도답사 1번지'라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강진을 떠올리면 먼저 '영랑생가'를 생각하게 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등 주옥같은 영랑선생의 시들이 한때 나의 마음을 적셨던 곳이기도 하다.


또, 강진 만덕산 자락에 위치한 '다산초당'은 정약용 선생의 유배문화를 피부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곳이다. 추사 선생이 유배 온 다산선생을 뵙고 썼다는 행서 '다산초당'을 비롯해 다산 선생이 직접 바위에 새긴 정석(丁石)의 암각 글씨, 대나무 홈통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며 한 여름 무더위에 목을 축였던 기억들이 새삼 강진을 다시 추억하게 만든다.  


물론, 철분 섞인 유약으로 만들어 내는 푸른빛의 고려청자의 고장이기도 한 강진은 이토록 남도문화의 젖줄임을 스스로 증명해 준다.


자동차로 강진읍에서 성전면으로 30여분을 가다 보면 달빛 한옥 촌이 눈에 들어온다. 

강진군 성전면에 위치한 달빛 한옥 촌 전경(출처: 수류화개)

2012년에 조성된 귀촌 공동체 마을로 명명되어 30여 채의 아름다운 한옥이 편안함과 여유로움으로 과객(過客)들을 맞이하는 곳이다.


그곳에 강상곤정숙영 부부가 운영하는 한옥 펜션 '수류화개'가 놓여 있다.  지난해 '사랑의 서각 문패·현달아주기'프로젝트가 끝난 시점에서 정숙영 사장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작가님! 저희들도 서각 현판으로 된 글씨를 받고 싶은데..?"


"죄송합니다만, 재능기부 프로젝트가 끝나 더 이상 무료로 제작해드리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라고 하자,


정숙영 사장은 작품료를 지불하더라도 글씨를 받고 싶다고 해서 유료로 작업을 진행해 준 곳이기도 하다.

     

처음 서각 문패 글씨의 콘셉트는 '달빛한옥마을 수류화강상곤정숙영'이었으나, 문패가 아닌 현판으로 달고 싶다 해서 '강상곤정숙영의 수류화개'로 수정되어 제작해준 곳이다. 대부분 펜션에 주인장이 머물면서 과객들을 맞이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들 부부는 다른 거처에서 기거를 하고 한옥 펜션 수류화개는 오롯이 손님들을 위한 휴식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강진 달빛 한옥마을 '수류화개'(서각_최선동, 서체_ 석산)

어쩌면 이들 부부는 한옥을 접하면서 한글에 한층 옷을 입힌 캘리그래피야말로 전통과 현대적 멋과 맛을 조화롭게 표현해 준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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