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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Feb 09. 2020

#38 지나간 날들에 새로운 눈물을 흘리지 말자

이렇게 날씨가 추운 날이면 한기(寒氣)에 못 이겨 눈물바람을 한 적이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물밀듯이 찾아온 적이 있다. 그러다가 살아생전에 홀로 계신 어머니가 마냥 그리워진다. 지금은 모든 게 한 편의 추억으로 남아 그날의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2017년 8월까지 서울생활을 하면서 그러니까 어머니가 작고하시기 전까지 밤 8시~9시 사이, 섬에 홀로 계셨던 어머니께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안부전화를 드렸다. 꼭!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늘 어머니의 평안을 살펴보기 위해 기본적인 자식 된 도리였다.


눈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어머니 걱정에 더욱더 안부의 시간은 길어졌다. 그날도 퇴근길 서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고, 도로는 빙판길로 바뀌게 되어 순식간에 여기저기에서 접촉사고로 이어져 집으로 가는 시간은 점점 더디기만 했다.


유일하게 막내아들과 약속된 시간 저녁 8시~9시 어머니는 늘 전화기 앞에서 나의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하루 중에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면


"막 두야! 서울에 눈이 많이 내렸지?"


"네. 퇴근길에 갑자기 눈이 많이 내려 조금 불편하네요."


저녁 뉴스를 보셨는지 단번에 자식 걱정을 하시는 어머니였다.


"섬에도 눈이 내렸소?"


"여기! 눈은커녕 날만 다."


지극히 소소한 일상의 대화는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오늘이 지나고 1주일을 넘어 한 달, 두 달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도 어머니와의 안부전화는 계속되었다.


어떤 날에는 몹시 밭 일을 피곤하게 하시고 소주 한잔 걸치고 육자배기를 늘어 뜨리기도 했다. 전화하는 동안 노랫가락에 흥을 돋우시다가...


"막 두야! 나 죽으면 어떡할래?"


"하늘이 부르면 어쩔 수 없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늘 자식 위해 헌신하셨던 우리들의 어머니.. 지금도 내 전화부에 '엄마'라는 이름이 저장되어 있다. 불현듯 어머니와 약속된 시간에 전화를 드리려다 멈칫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그토록 그리움에 사무쳐 오는 어머니의 존재는 생이 끝나는 날까지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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