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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Feb 11. 2020

#43 길이 끝나면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출처: 박노해_ 길이 끝나면)

박노해 시인의 ‘길이 끝나면’ 석산체로 옮기다


2017어느 가을날, 온 산하가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겨울 또한 지나가면 봄이 다시 찾아오는 대한의 강산을 맞이한 지도 어언 40년이 훌쩍 뛰어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나이에 도달했다. 아마도 그 해는 서울생활 청산하고 섬으로 내려와 섬 작가로서의 새로운 행보를 시작할 때다.


박노해 시 길이 끝나면은 광주에 살던 모 변호사가 부탁을 해서 친필로 드렸던 글씨이기도 하다. 차근차근 시 내용을 곱씹으며 썼던 기억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막연하고 보이지 않는 길, 끝내 막힘의 길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희망하며 시를 썼던 시인의 생각을 어떠했을까? 닫힌 한쪽 문을 보며 다른 쪽 문이 열리기를 소망하며, 춥고 을씨년스러운 겨울의 끝에 다시 봄이 온다는 자연 진리의 당연함과 무너지고 쓰러진 곳에서 다시 일어나 어제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 최선을 다한 모습에서 참된 시작을 맞이하고, 정직하게 절망하며 또 다른 시작의 희망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고 바라는 마음.. 아름답고 신념이 넘치는 글이 아닐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때로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해결하지 못한 채 얼룩진 시간들을 그냥 흘러 보내야 했던 나의 과오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시 돋친 말실수를 여과 없이 남발하며 스스로 자책하지 못한 채 교만의 변명으로 자신을 치장하지는 안 했는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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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늘 부족하고 미안함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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