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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봄은 죽었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계절은 어느덧 꽃피는 봄을 맞았다. 그러나, 2020년 봄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계절이 되어버렸다. 다름아닌 코로나19 여파로 꽃들에게까지 사람이 살아가는데 큰 잣대를 드리운다. 참! 세상은 슬프다. 사람과 사람사이 거리두기로 재난에서 재앙으로 옮겨가는 코로나19사태..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위기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며칠 전 강원도 삼척과 제주도 일대에 봄의 전령사 유채꽃을 갈아엎는 일이 뉴스에 나왔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두기 일환으로 유채꽃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이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미물을 압살하는 잔인성에 대해 불교에서는 '무연대자 동체대비(無緣大慈 同體大悲)의 근본교의로 삼았다. "불교가 중생을 존중하고 생존권을 중시한다"라는 가르침은 세기가 바뀌어도 유효하다.


사람에게 피해가 되는 동ㆍ식물도 잔인하게 압살시키는게 인간이다. 생명의 존엄은 평등해야한다.


아름답게 꽃을 피우기위해 꽁꽁 얼었던 추운 동(冬)대지에서 수개월을 참고 견뎌낸 유채의 생명을 보면서 꼭 "유채꽃을 갈아엎어야"만 해결되었을까? 라는 사람의 경솔한 판단에 촉각을 세우게 된다.

1586337484483.jpg 제주도 일대 유채꽃을 불도저를 이용해 갈아엎고 있다.

전남 신안군에서는 4월 10일부터 튤립축제 개막이 예정되었으나, 일치감치 취소하고 튤립 백만 송이를 잘라내야 했다. 신안 임자도 12km 대광해변을 따라 튤립공원이 펼쳐져 있었으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학교 운동장 3개 정도 면적의 튤립공원에 핀 백만 송이를 사람이 직접 손으로 꺾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봄은 희망을 품고 피어난다. 형형색색 봄꽃을 향유하고 얼어붙었던 마음의 빛장을 열고 새로운 각오로 1년의 계획을 세우는 계절이다.


봄은 희망을 담고 온다. 자연의 신비는 단 한번도 인간을 실망시킨적이 없다. 묵은 나무밑동에서 초록 여린 잎이 봄의 세상을 향해 비집고 고개를 내민다. 여린 작은 어린잎부터 강한 어른 잎들이 사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봄은 늘 희망이다. 봄의 아름다움은 다른 계절과 비교할 수 없다. 희망은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 희망은 내일을 여는 미래가 아니다. 현재에 살고 있는 지금 이시간의 효력을 나타낸다.


코로나19 여파로 생활패턴이 바뀌고, 환경이 바뀔지라도 여전히 봄은 오고, 아름다운 꽃은 피어난다.


초유의 바이러스가 범람할지라도 꽃은 본연의 역할로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준다. 생명을 단축시키고 역행하려는 모든 순간의 판단에서 다시한번 더 생각하고 최종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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