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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부부(夫婦)란?

by 캘리그래피 석산

몇 달 전 TV채널을 돌리다가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 탤런트 전원주 편이 방송되고 있는 채널에 고정을 했다. 아마 방송은 M본부에서 2016년 1월에 방송되었지만 워낙 재탕 삼탕하는 방송채널이 많아 놓치고 지나친 좋은 프로그램을 다시 시청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기까지 했다.


화통한 웃음의 주인공! 씩씩한 청춘 할매, 전원주 “나야 나, 전원주~” 특유의 화통한 웃음으로 대한민국을 웃게 만드는 배우 전원주. 농촌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와 유쾌한 통신사 CF로 큰 인기를 얻은 그녀는 여전히 사랑받는 현역배우다.

전원주 .jpg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탤런트 전원주 씨 편(MBC 방송캡처)

전원주의 연기 인생은 5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중 30 년은 궂은 조연 역할만 주어지던 무명시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배우의 꿈을 놓지 않았던 그녀의 열정은 지금까지 이어져 다양한 방송과 무대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 히 해내며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혼자서도 척척!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씩씩한 전원주의 모습은 그녀의 일상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나는데... 혼자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취미! 일흔여덟의 노구에도 직접 운전은 물론이고 매니저 없이 모든 스케줄을 관리한다. 지방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기차를 이용하기도 하는 전원주. 평소 그녀의 친근한 이미지만큼 기차역에서 만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만점! 자신을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조건 따지지 않고 달려가는 일흔여덟의 열혈 배우. 웃음 뒤에 숨겨진 눈물의 가정사 고부관계를 다룬 한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전원주의 토크는 대한민국 시어머니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화끈하고 솔직한 입담으로 응원을 받았지만 때로는 며느리를 대하는 보수적인 모습과 억척스러움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남모를 세월이 있었는데... 이른 나이에 결혼, 아들의 돌이 갓 지나자마자 첫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후 두 번째 남편과 각자 슬하에 아이 한 명씩을 데리고 재혼한 전원주. 배다른 두 아이에게 평등 한 사랑을 주기 위해 6번의 유산을 감행하며 독하게 가정을 지켰다. 그 후로는 암투 병을 하던 남편의 병수발을 들며 집안의 가장 역할을 도맡기도 했었는데...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순탄치 못했던 시간을 보낸 전원주. 3년 전, 사랑하는 남편마저도 그 녀 곁을 떠나고 말았다.


전원주는 방송 말미에 ‘부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 아마도 힘들었던 결혼 생활에서 본인의 시각에서 비춰진 말이었을까?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함께하는 동반자”라고 했다.

본인의 작품 활동 중 TV속에서 나오는 좋은 말이나 문구를 놓치지 않는다. 바로 스마트폰 메모 앱을 통해 전원주 씨가 말했던 부부의 정의를 기록했다.

부부란.jpg

어쩌면 아직도 혼자 사는 본인이 느끼는 ‘부부’에 대해서는 바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점도 한몫 했던 것 같다. 함께 살아가면서 피부로 느끼는 부부관계에서 비춰진 전원주 씨가 말하는 부부의 정의는 그래서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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