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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고맙소

by 캘리그래피 석산

서로의 걱정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아무 탈 없이 하루를 보내고

마주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자

함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손 한 번 더 꼭 잡아 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자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출처: 전승환_ ‘나에게 고맙다’ 중에서)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거나 가정에서 축하할 자리나 위로해 주는 자리에서 늘 상 마지막 인사는 ‘고마워, 고맙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은연중에 하게 된다. 때로는 진심을 다해 ‘고맙다’는 표현도 하지만, 그렇지 않고 형식에 배어있는 말조차도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몇 년 전 어느 지인을 통해 김요한 작가의 수필집‘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힘내라는 말’을 선물 받게 되었다.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많이 들었던 말들의 잔치라 책꽂이에 꽂아두고 읽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먼지 낀 책을 펼쳐보았다.


10세에 숨바꼭질을 하다가 피복이 벗겨진 변압기 전선을 잘못 건드려 10만 볼트의 고압 전선에 감전되어 두 팔을 쓸 수 없어 발가락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중국의 ‘류웨이'(중국 베이징 출신의 장애인 피아니스트)는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결과를 통해 류웨이의 용기와 잔잔한 도전에 감동을 받았다.


'가장 듣고 싫은 말' 에서는 국가 대표 올림픽 선수들의 고백을 통해 듣기 싫은 말이 사람을 얼마나 지치게 하는가를 들려주고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희망의 빛으로 밝히기도 하지만 어떤 말은 사람을 절망으로 빛을 잃게도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듣기도하고 말하기도 하는 우리 말 속에 이왕이면 희망으로 가득한 말들을 듣고 말하는게 좋다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살다보면 꼭 그렇게 되지만은 않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사람을 고맙게 하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도 문제일지 모르지만 다른 말도 아닌 고맙다는 말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 준 것 같다.


2년 전 겨울, 담양 죽녹원에 잠시 방문한 적이 있다. 물론 대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규모보다는 상당히 컸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 햇볕이 맞닿은 곳은 이미 하얀 눈이 녹았지만, 죽녹원 숲길은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웠지만 나름의 겨울 운치를 선사해 줬던 것 같았다.


죽녹원 내 갤러리에서 잠시 그림 감상을 마지막으로 한 후, 한지 공예점에 잠시 들러 내 눈에 들어 온 미니 쌍죽선 부채에 발걸음이 멈춰 섰다. 시중 가격보다 2배 정도 비싸게 팔았지만 서너 개를 구입해 담양을 빠져나왔다.

고맙소.jpg 미니 쌍죽선 부채에 새긴 글자 ‘고맙소’

물론,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는 벌크 부채였다. 그 위로 ‘고맙소’를 썼다. 나 자신에게 고마움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은혜에 보답하는 느낌에 의미가 더한 부채였다.


그 미니 쌍죽선 ‘고맙소’ 부채가 지금 나의 시선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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