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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今

by 캘리그래피 석산

젬베(Djembe; 아프리카 털북)

아프리카 털북 ‘젬베’에 글씨를 새겼다.

서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북이다. 막을 치면 진동으로 소리가 나는 막명악기에 해당한다. 특별한 도구 없이 맨손으로 타격해 연주한다. 큰 북에 해당하는 악기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으며 앙상블을 내기에도 적합하다.[출처: 다음백과]


아프리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악기 젬베는 가장 기초적인 타악기로 누구나 쉽게 소리를 내기 쉬워 다문화교육, 다문화 악기 체험등으로 많이 이용하는 악기다. 아프리카의 빠른 비트의 음악에 잘 어울리는 젬베를 두드리면 절로 흥이 나기도 한다.


특히, 케냐에서 직수입된 아프리카 털북은 북의 몸통을 소나 염소의 털이 붙어있는 가죽을 감싸 만들어 상당히 독특하고 아프리카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악기로 유명하다.


2년 전 서울의 한 모처 구석진 곳에 오래도록 방치돼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섬으로 가지고 왔다. 물론, 젬베를 가지고 연주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글씨 쓰는 작가의 눈으로 젬베를 봤다.

평범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나, 그래서 평범한 한지에 먹물을 칠하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나 다하는 것은 별로 매력을 못 느끼는 독특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누구나 다 할 줄 하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시작한 작가의 일이었다.


나에게 젬베는 흥을 돋구는 악기이전에 글씨를 새길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털북 전체로 둘러 싼 재질은 염소 털로 구성되었음을 한 눈에 감지할 수 있었다. 붓이 지나가는 자리는 생각처럼 먹물의 흡수가 잘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털 특유의 부드러움이 북 전체에 스며있어서 털이 먹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먹물을 밀어내는 성질 탓도 있겠지만 좀처럼 원하는 느낌의 글씨가 나오지 않았다.


글씨 내용은 ‘지금’을 선택했다. 우리들의 가장 아름다운 날은 바로 지금이라는 점에서 한자 ‘今’을 쓰기로 했다. 나의 20대, 우리들의 20대는 더없이 아름다운 시절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과거형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훗날의 미래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今)이 중요하다_ 캘리그래피 석산 작(作)

누군가는 오늘 이 시간을 가장 멋지게 살고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지금 이 시간의 중요성도 모른 채 그냥 어제처럼, 1년, 10년 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흘러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지금은 어느 과거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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