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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강물은 자신을 버려야...

by 캘리그래피 석산

교만, 조급함, 공격적인 태도의 사나움 대신 세속과 하나가 되기도 한다. 노자가 말하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은 자신의 광채를 누그러뜨리고 이 풍진 세상의 눈높이와 함께 한다고 했다. 움직이지 않기가 태산처럼 원칙을 지키며 조급함을 버린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부동 여산(不動如山)'의 여유는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노자가 말하는 '유약 승강 강(柔弱勝剛强)'은 부드러움과 유약함이 결국 강하고 센 것을 이긴다는 뜻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화광동진'하고, '부동 여산'하면 여유와 유약 승강 강의 지혜를 아는 사람이다. 그러면 교만을 버리고 겸손하며,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갖으며, 공격적인 사나움 대신 부드러운 감성으로 결국 자신의 삶을 이기는 자가 된다.


이를 통해 목계(木鷄; 나무로 만든 닭)처럼 완전한 마음의 평화와 균형을 지니고 완전한 평정심을 이룬 모습이 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이다. 최고의 싸움닭은 뽐내지 않는다. I am who I am이다. 나는 나일뿐이다. 평상심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언젠가는 이 네 가지를 버려야 '목계'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1. 이런저런 '잡념'

2. 반드시 이러해야 된다는 '기대'

3. 묵은 것을 굳게 지키는 '고집'

4. 자신만을 중시하는 '아집'

나를 버릴 때, 우리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다. 버려야 얻을 수 있고, 내려놓아야 들어 올 릴 수 있고 , 비워야 채울 수 있다.


햇살은 비어 있는 방안을 비춘다. 길상(아름답고 착한 징조)은 고요한 곳에 머문다. 마음에 욕심이 없어야 청정할 수 있고, 청정한 마음을 가져야만 꿈을 꿀 수 있다. 마음을 비우면 밝음이 채워지듯 마음이 청정해지면 만상이 한눈에 드러나고, 그 자리가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 나를 버리면 그 자리가 바로 길이다.

[출처: 화엄경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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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제를 버려야 오늘을 맞이할 수 있고, 오늘을 버려야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라는 말은 실로 마음속에 새겨야 할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다.


선인들이 말하는 일명 '비움'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비우고 비우면 언젠가는 그 비움이 '채움'으로 귀결되고 욕심의 바다에서 배려의 삶으로 바뀌게 되면 종래에는 묵시적으로 깨닫게 되는 위치에 다다를 수 있다는 논리로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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