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의 섬은 바다 안개(海霧)로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른 아침잠에서 깨어 드넓은 바다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은 섬이 주는 특별한 혜택이다.
삭신이 욱신거려
깨어난 이른 아침,
바다는 하연 솜이불을 덮었구나. [캘리 사진_ 캘리그래피 석산 作]
바다 안개는 길게는 1~2시간, 짧게는 30~40분 내 외로 가파르게 춤을 추다가 사라졌다. 가장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거친 운전을 시작했다. 파도치며 엄습하는 해무는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섬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짙게 끼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시커멓고 차디 찬 섬들을 따뜻한 하얀 솜이불로 덮고 있는 형국! 미완성된 수묵화에 방점을 찍어내는 바다 안개의 아름다움은 이 계절에 향유할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이다.
잠잠했던 바다가 다시 바람을 일으킨다. 바다 안개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섬을 휘감았던 안개 무리도 산산이 흩어지고 만다. 요술을 부리듯 바람의 영향으로 안개는 순식간에 걷히고 또 뭉치기를 반복한다.
저 멀리 바다 안개를 헤치고 어선 한 척이 귀향지로 복귀하는 모습이 보인다. 안개 위에 떠 있는 어선이 한 폭의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바다 일로 생업을 하는 어민들은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에 정신을 빼놓지 않는다. 바다 안개는 어민들에게는 바다 조업의 치명타를 주기 때문이다.
오늘 이후 6월의 섬은 바다 안개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비추는 바다 안개는 꿈 많던 섬 소년의 신기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