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20년 넘게 생활하다가 2017년 8월에 고향 진도 조도 새섬으로 낙향한 나는 벌써 섬 작가로 활동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혹자는 굳이 섬으로 들어가려 하느냐고 만류도 많았지만, 뜻 한 바 있어 선택했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은 적이 있다. 작가 활동 올해로 12년 차에도 나는 글씨 쓰는 일외에 저술활동으로 최근까지 9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10번째 책을 집필 중이고 평생 총 39권의 책을 집필하겠다고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
작가 활동하는데 '섬'이라는 환경은 내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제약이 따랐다면 아예 처음부터 섬으로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창작의 기쁨은 각박한 도시보다 몇 배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좋은 공기, 청정 지역, 조용한 분위기, 확 트인 넓은 바다는 내게 더할 것이 없는 천혜의 조건이다.
한 달 전쯤 광주의 지인이 나의 집을 다녀간 후 선생님의 공간을 부각할 수 있는 LED 간판을 제작해 드려야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간판에 들어가는 내용 문구를 파일화 해서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솔직히 그 지인의 정성이 가륵해 '말하는 글씨, 맛있는 글씨' 버전 2를 메일로 보내줬다.
그 지인은 현재 광주광역시 동곡에서 농사를 짓는 일명 '청년 농부'다. 바쁜 농사일을 잠시 쪼개어 섬까지 들어와 손수 간판을 직접 달아주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상대방에게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꼭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광주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2시간 소요, 뱃길로 조도 창유항까지 35분.. 시간적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육상이 아닌 험한 뱃길을 건너면서 요즘에는 해무로 인해 뱃길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많아 조금은 걱정이 됐지만 기어이 섬으로 들어와 설치까지 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마음인가? 분명! 나를 감동시키고도 남음이다.
사람 관계라는 것이 그렇다.
상대방에게 속이는 마음 없이 진심을 다해 베푸는 마음이야말로 서로에게 신뢰를 쌓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상대방에게 뭔가를 원해 가식적인 관계성을 유지한다고 했다면 결코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글씨를 쓰는 작가다.
나는 글도 쓰는 작가다.
글과 글씨를 가지고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일이 바로 내가 하는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는 벌써 12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를 감동시켜야 다음 일이 생기는 직업에 대해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더러는 나의 재주를 이용해 광파기를 좋아하는 중개인도 있고, 나의 글씨를 이용해 사기를 치려는 사람도 있다. 서푼 한치도 안 되는 작품료를 더 깎으려는 야튼 수를 쓰는 사람, 장사를 시작하는 데 이것저것이 너무 많이 들어가 힘들다고 글씨 값을 반토막 내려는 장사치들도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온갖 술수를 부려 돈을 뜯어 대가로 자리를 알선해주는 데 비열함을 보이면서 막상 내게는 학처럼 고귀한 척 전혀 내색하지 않는 채 글씨를 받아 내 예술적 가치를 훼손하는 구역질 나는 사람, 처음부터 공짜를 바라는 무책임한 사람들까지.., 자기 이익을 위해 상대방에게 암수를 쓰는 사람들의 결과는 오래가지 못하는 하수들의 전형적인 작태에 불과하다.
서로에게 신뢰와 신용으로 살아도 모자란 삶이다.
나에 대한 아집과 이기심을 버려야 상대방에게 감동을 준다. 말로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말에 대한 책임은 곧 행동으로 실천해 정확한 결과로써 마무리해 주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직접적인 신뢰관계로 유지되는 첩경이다. 책임지지 못할 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꺼내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꽃이 되기를 바란다면 건실한 씨앗을 땅에 뿌리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