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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새로 머리 감은 이는

by 캘리그래피 석산

청년시절부터 좋아하던 고사가 탁영탁족(濯纓濯足)이다. ‘갓끈과 발을 물에 담가 씻는다.’는으로 세상의 부귀영화에 얽매임 없이 자연에 순응하면서 맑고 초연하게 살아감을 비유하는 말이다.


옛날 중국 초나라에 굴원(屈原; 전국 시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으로 초나라에서 형성, 발전한 시가 총집인 《초사》의 대표적인 작가로, 초나라 특유의 색채를 담은 낭만적인 시풍을 확립시켰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소〉, 〈어부사〉, 〈애영〉 등이 있다.)[출처: 다음 백과]이라는 충신이 있었다. 귀족으로 태어난 굴원은 천부적인 문재(文才)로 22세부터 회왕의 문공담당관이 되었다. 왕의 총애가 각별해 함께 국정을 논하는가 하면 때로 빈객을 접대하고 외교를 맡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잘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시기하는 무리가 있기 마련이다. 굴원 역시 간신들의 참소(讒訴)로 무려 세 번이나 귀양을 가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게 된다. 울분을 삭이지 못한 채 돌을 품고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지니 지금의 단오절은 죽은 그의 넋을 기리기 위해 비롯되었다.


멱라수(汨羅水, Mìluójiāng; ‘미뤄 강’이라고 하는데 둥팅호 동안의 하천이다. 후난성 북부의 상강 수계의 가장 큰 지류다. 둥팅호 유역에서 중요한 강이며, 기원전 278년 초나라의 대부 굴원이 투신자살한 강으로도 유명하다. 발원지는 장시성 슈수이현의 무푸산맥이다. 길이는 약 400 킬로미터다. 미강과 뤄강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강으로, 둘 중 미강이 본류다. 두 강은 미뤄 시 대구만(大丘灣)에서 합류한다.)[출처: 위키백과]


갓은 벼슬을 의미한다. 갓끈을 씻는 것은 ‘출사’를 의미하며 발을 씻는 것은 ‘은퇴’를 의미한다.

세상이 맑고 ‘도’가 행해지면 벼슬길로 나가 그 뜻을 펼치고 그렇지 않으면 초야에 묻혀 발이나 씻으며 자연을 범 삼는다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불의와 부정에 물들지 않고 맑고 깨끗한 삶을 살아가는 중취독성(衆醉獨醒: 모두 술에 취하여 있는데 홀로 깨어 있다는 뜻으로, 혼탁한 세상에 물들지 않고 고결한 삶의 태도를 유지함을 이르는 말.), 세상을 관조하며 지조를 지켜가는 탁영탁족(濯缨濯足: 세속을 초월하여 살아감.)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날까지 귀감이 되는 고사이다.


권력과 부귀가 보장된 자리를 마다하고 은둔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탁류에 휩싸여 몸을 버리기보다는 지조를 지키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것도 운치 있고 격이 높아 보인다. 나아갈 자리와 물러서야 할 자리를 분명히 하며 곧은 처신으로 세상을 관조하며 살아가는 것이 시대에는 뒤져 보일지 몰라도 존경을 표하고 싶다.


높은 지위가 아니라 맑은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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