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지난 설특집으로 방송되었던 KBS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는 올해 초 탄핵정국과 맞물려 국민들이 실의에 빠진 상태에서 제작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힐링 숲 3곳.... 포항 덕동마을 소나무 숲, 횡성의 자작나무 숲, 홍천의 은행나무숲을 중견배우 강혜정, 이미숙, 박솔미가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다.
가장 '나무'적인 서체는 어떤 것일까?
고민에 빠졌다.
방송사들은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다큐, 교양 프로그램 타이틀 서체에 대해서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급하게 의뢰가 들어오는 게 다반사다.
새벽 1시, 전화벨이 요동을 쳤다. 나무야 나무야 담당 PD의 화급한 전화였다. 방송사 제작자들은 모든 입장을 자기네들이 갑인 양 몸서리치게 재촉을 한다. 설특집 3부작으로 나가는데 방송 3일 남겨놓고 연락이 왔었다.
중견배우 3인.. 제1부 강혜정의 포항 덕동마을 소나무 숲, 제2부 이미숙의 횡성 자작나무 숲, 제3부 박솔미의 홍천 은행나무숲.. 3곳의 나무숲에 대한 가장 나무적인 요소에 입각한 타이틀 서체를 써달라는 이야기였다.
프로페셔널은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그 사안에 대해 철저하게 고증하고 해결해 의뢰자를 만족시켜 줘야 한다는 게 평소 나의 지론이다.
새벽 2시, 급한 대로 3곳의 나무숲에 대한 인터넷 검색이 시작되고, 각종 동영상 자료를 섭렵했다.
3곳의 나무숲에 대한 벼락치기 정보수집 차원이었다.
모든 서체 쓰기의 시작은 자료조사로 이어지는 게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 보통의 경우는 실제적인 현장 답사후 서체로 옮기지만, 그만한 시간적인 여력이 없을 경우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활용해 최대한 가장 근접한 서체의 기준을 잡는다.
누구든지 직접적으로 그 일에 관여되지 않는 사람은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가수들이 화려한 무대에서 3분 동안 관객들을 위해 혼신의 노래를 부르는 과정의 준비 또한 마찬가지다. 뭇사람들은 과정에 대한 소소한 내용들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모든 걸 결과로 판단하고 취부 하는 게 현실이다.
일단은 '나무'에 대한 서체 작업의 붓 재료는 서예 붓이나 일반적인 어떠한 붓도 철저히 배제하고 나만의 특수 붓을 찾았다. 끝이 둥그스런 여성용 볼터치용 브러시로 채택했다. 무슨 서체를 쓰느냐에 따라 바로바로 붓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러시는 일단 부드러운 글씨를 쓰는데 제격임을 수차례 연습을 통해 체득한 재료다.
캘리그래피 재료들은 서예의 재료들과 확연한 차이를 두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캘리그래피의 작업은 늘 자유분방하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매력적인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