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요동치는 섬을 보았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아침 댓바람에 정신을 못 차린다
바람 따라 흐느적대는 나뭇잎
종일 쉬지 않고 울어대는 종달새
배고프다 야옹거리는 길 고양이
여름날 섬마을 표정은 북새통이다.

이미 하늘은 시커먼 먹구름에 갇혀
어두운 장막속으로 사라진다
저 멀리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들어오는 어선 한 척 폭풍의 전주곡이다.
[출처: 석산의 ‘폭풍전야’ 중에서]


어느 누가 섬을 낭만이라고 말했던가? 터무니없어 보인다. 365일 사계의 시간을 섬에서 보내지 않고 섬을 평가하기에는 설익은 판단이다. 봄에는 안개주의보로 몸살을 앓고, 여름에는 잦은 태풍의 악영향으로 풍랑과 태풍주의보에 시달리고, 가을에는 쓸쓸함으로 고독한 나날의 연속이고, 겨울날은 눈보라에 휩싸여 고립의 경계에서 보냈던 섬의 잔상들.. 섬 생활 3년은 좋은 느낌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섬마을에 폭풍이 몰아치기 전 아름다운 낙조 모습

홀로 섬을 지키는 할머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남편이 먼저 저 세상으로 일찍 떠났기 때문이다. 억센 바다 일을 남편 홀로 감당해야했던 젊은 날! 그들은 먼 바다까지 생계를 위해 나아가다 태풍을 만났거나 풍랑에 실종사 확률이 가장 많았다. 그래도 홀로된 할머니들은 바다를 탓하지 않는다. 섬에서 태어나 섬으로 시집을 갔던 소녀가 할머니가 되고 섬에서 묻히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에 실린 성난 비가 힘차게 땅을 후벼 판다. 파도가 어선들을 삼킬 듯 방파제 난간을 때리고 때리기를 하염없이 반복한다. 비바람이 동반한 태풍은 한나절을 그렇게 몸서리치듯 많은 것을 삼키고 지나간다.


8월이다. 예전에 접하지 못한 기후변화의 영향일까? 자고나면 바다는 안개로 몸살을 앓는다. 바다를 생업으로 이어가는 어부들도, 육지와 연결하는 여객선도 모두가 손발을 놓고 안개가 걷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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