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모래만 가득하고 진주는 없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모래를 삼킨 조개가 득이 되지 않는다고 즉시 뱉어버리면 모래는 그냥 하찮은 이물질에 불과해진다.

그러나 살을 파고드는 고통과 쓰라림을 오랜 시간을 견디면 모래는 소중한 진주로 바뀐다.


“시련이 깊을수록 결실은 값진 법이다.”

중국 한나라 때 ‘직불의’(直不疑? ~ 기원전 138년, 전한 전기의 관료로 남양군 사람이다.)라는 낭관이 있었다. 어느 날 주 옹이라는 그의 동료가 금덩이를 잃어버렸는데 직의가 훔쳐갔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직불의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잃어버렸다는 것과 같은 금덩이를 사서 주옹에게 주며 사죄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 금덩이를 가져간 사람은 함께 근무하던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휴가를 가면서 자기 금덩이로 착각하고 가져갔는데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서 금덩이를 돌려주었던 것이다. 주옹은 직불의를 의심했던 자신의 경솔함을 크게 뉘우치고 진실로 사과를 했다. 이 소문이 왕에게 전해지자 왕은 그를 인정하여 궁중 고문관이라는 큰 벼슬을 주었다.


직불의가 높은 벼슬을 얻자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직불 의가 자기 형수와 밀통하고 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이때에도 직불의는 구태여 변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직불의 에게는 형이 없었고, 따라서 형수와 밀통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시기하는 사람들이 없는 말을 만들어냈던 것이고 직불의는 더 높은 관직에 오르게 되었다.


주옹의 금을 훔쳤다는 혐의에 변명하지 않기도 힘들 터인데 그 금을 보상해주며 금을 훔쳤다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고, 나쁜 평판을 감수한다는 것은 아무나 흉내 낼 수가 없다.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을 의심받는 것에 대해 어찌 분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그러나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나듯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지게 된다.


날씨가 흐려 안개가 끼었을 때는 산을 물이라 우기는 사기꾼도 나타난다. 그러나 산이 물 되어 바다로 가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안개는 걷히기 마련이고 산은 산, 물은 물이었음이 선명하게 밣혀지게 된다.

꽃은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누가 나를 어떻게 봐 주건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본연의 색과 향기를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 꽃을 보고 감동을 받게 된다.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주위에 자칫 상처를 주고받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양심 바르게 행동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푸른 잎을 검다고 우겨도 잎은 검어지지 않는다.


직불의가 구구한 변명을 하며 무죄를 입증하러 애쓰고 주옹에게 항의하였다면 주 옹은 직불의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했을 것이고 직불의 품격도 왕에게 보고될 만큼 높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해와 멸시를 온몸으로 감내한 시련이 있었기에 스스로를 진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즈음은 모든 것이 인스턴트화 되었고 조금만 자기에게 불리해도 즉각 반박하고 화를 내기 일쑤다. 모래만 가득하고 진주는 없다. 무더위와 찬 서리가 땡감을 맛난 홍시로 만든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을 맞이하는 기쁨은 그만큼 더 커진다. 모래를 모래로 뱉어내지 말고 아픔을 삼키며 진주로 길러내야 한다. 고통이 클수록 삶은 빛나고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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