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원칙은 깨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도천지수(盜泉之水)’라는 말이 있다.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의 줄임말로 ‘아무리 목이 말라도 훔칠 도(盜) 글자가 들어있는 이름의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주 형편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결코 부정한 짓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문선’에 실려 있는 육기가 지은 맹호행(猛虎行)이라는 시의 첫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渴不飮盜泉水(갈불음도천수) 아무리 목말라도 도적의 물은 안 마시고

熱不息惡木陰(열불식악목음) 무더워도 썩은 나무 아래 쉬지 않는다.

惡木豈無枝(오목기무지) 썩은 나무에는 가지가 없기에

志士多苦心(지사다고심) 선비는 인내의 쓴 맛이 많다.

整駕肅明命(정가숙명명) 왕명 받아 수레를 정비하여

杖策將遠尋(장책장원심) 임금님 뵈오려 가느니.

飢食猛虎窟(기식맹호굴) 굶으면 범굴에서 끼니 때우고

寒栖野雀林(한서야작림) 추우면 숲에서 새와 함께 자련다.

日歸功未建(일귀공미건) 세월은 가는데 아무 공적이 없고

時往歲載陰(시왕세재음) 세월 따라 늙으며 할 일이 없다. [출처_ 맹호행]


도천(盜泉)은 지금도 중국 산동성 사수현에 위치하고 있다. 설원 설총 편에도 이 이야기가 있다. 공자가 도천 옆을 지나갈 때 목이 말랐으나 그 샘물을 떠먹지 않았다. 도천이라는 천한 이름을 가진 샘물을 마신다는 것은 고결한 마음을 다듬는 선비에게 수치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승모(勝母)라는 마을에 닿았을 때 마침 날이 저물었으나 그 마을에서 머물지를 않았다. 승모 즉, 어미를 이긴다는 것은 자식으로서 도(道)에서 벗어난 일이며 그와 같은 이름이 쓰인 마을에 머문다는 그 자체가 이미 모친에 대한 부도덕으로 여겼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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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진나라 오은지가 지은 탐천(貪泉)이라는 시에 나오는 ‘탐천’은 광저우(廣州)에 있는데 그 샘물도 ‘뜻있는 사람들이 마시면 욕심쟁이가 된다.’해서 그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깊은 산중에 홀로 피어난 난(蘭)은 그 향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자신을 합리화하며 편하게만 살기보다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올곧은 믿음을 지켜가며 살아야 한다.

마음에 칼을 품으면 언젠가는 손에도 칼을 쥐게 되고 마음에 꽃을 품으면 손에도 꽃을 쥐게 된다. 마음에 품은 아름다운 원칙을 바르게 지켜가야 한다. 힘들어도 세파에 휩쓸리지 않아야 맑고 높게 오를 수 있다. 유혹에 단련된 인생이 향(香)도 짙고 빛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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