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소중하고 보석 같은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숲 속 같은 땅에 나무 씨앗 두 개가 떨어졌다. 하나는 크게 자랐고 나머지 하나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겨울 추위가 끝나가던 어느 따사로운 봄날 키 작은 나무는 햇볕을 쪼이고 싶었다. 발버둥 치며 노력했지만 큰 나무에 가려 햇살을 받을 수가 없었다. 땀을 식혀주는 바람도 갈증을 풀어주는 단비도 늘 큰 나무가 먼저였다. 어느 날 큰 나무가 작은 나무에게 말했다. “동일한 환경이 주어졌는데 너는 왜 그렇게 자라지 못했느냐? 게으르고 나태했던 것 아니냐? 남에게 천대받지 않으려면 열심히 살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작은 나무가 울먹이며 답하기를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러나 저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어요.”

작은 나무가 있어야 숲이 완성된다. 흔히들 겉모습만 보고 존경과 멸시를 보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자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아름답고 소중하며 귀하다. 세상에 빛나지 않은 별은 없다. 밝고 힘센 별 하나만 존재한다면 밤하늘은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슬플 때는 오히려 흐린 별이 더 아련하고 위가 된다.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다른 존재 이유를 가지고 살아간다.


토끼는 달리기를 잘한다. 그러나 날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무 위에서 떨어뜨리면 다리가 부러져 달릴 수도 없게 된다. 잘 날아가는 새에게 두더지처럼 땅 파는 기술을 배우라고 하면 날개와 부리를 다쳐 날지도 못하게 된다. 토끼가 새에게 부끄러울 것도 새가 두더지에게 부끄러울 것도 없다. 모두가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자신의 귀함을 깨닫는 사람은 우울증에 빠지거나 자살충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낮과 밤은 늘 반복한다. 현명한 산은 앞산의 그늘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도 그늘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현명한 산은 앞산의 봄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에게도 곧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못남을 자책할 것도 남의 잘남을 부러워할 것도 없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은 순간이다. 잘난 것은 잘난 대로 못난 것은 못난 대로 각자가 모두 의미 있고 존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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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의 제2대 교주였던 해월 최시형 선생께서 도피 중 청주에 사는 교도 서택순의 집을 잠시 들러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방에서 베틀 짜는 소리가 들렸다. 해월이 물었다 “베를 짜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서택순이 답했다. “제 며느리입니다.” 해월이 다시 물었다. “베를 짜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제 며느리입니다.” 반복되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진 서택순에게 해월이 깨우침을 주었다. “저 여인은 며느리가 아니라 하늘이다.” 지위나 재물의 다과를 떠나 모든 사람을 곧 하늘(인내천; 人乃天)처럼 귀하게 여기라는 가르침이었다.


굵고 곧은 나무는 대들보로 쓰이고 가늘고 굽은 나무는 지팡이로 쓰인다. 세상에는 대들보도 필요하고 지팡이도 필요하다. 굽은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화가는 의사의 의술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고 의사는 화가의 필력을 탐할 필요도 없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모두 소중하고 귀하다.


자신을 비하하거나 남들보다 낮춰 보이지 마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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