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듯 보이는 동, 식물들도 종족번식에 대해서는 사람들 못지않게 매우 적극적이고 요란스럽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곤충이나 바람등 모든 매개체를 적극 이용한다. 그러나 도토리의 경우는 별다른 꾀를 부리지 않는다. 귀여운 모자를 쓴 채 스스로 다람쥐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전분이 많아 요긴한 겨울철 비상양식이 되기에 다람쥐들은 도토리를 여기저기 묻고 또 숨겨둔다. 그런데 막상 겨울이 오면 멍청한 다람쥐들은 도토리를 숨겨둔 곳을 잊어버리고 만다. 다람쥐는 땅에 묻어 둔 도토리 95% 이상 찾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 중의 일부는 곰이나 멧돼지 혹은 곤충 등의 먹이가 되고 10% 정도만이 다시 싹을 틔우게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다람쥐의 모습을 보고 어리석다고 한다. 그러나 다람쥐들의 어리석음 덕분에 도토리들은 뿌리를 내리고 이듬해 새로운 나무로 자랄 기회를 갖는다.
봄이 되면 도토리는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들로 자라게 된다. 숲은 균형이 잡히고 다시 풍성하게 된다. 다람쥐의 어리석음이 숲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 듯 사람의 어리석음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한다.
미국 수도가 워싱턴으로 결정될 당시만 해도 도로 포장이 거의 되지 않아 비가 내리면 도시가 진흙탕으로 변했고, 도로는 널빤지를 깔아 놓아야 겨우 한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였다.
어느 날 평소 라이벌 의식이 강했던 미국의 란돌프 의원과 그레이 의원이 좁은 길에서 마주치게 됐다. 성격이 고약한 란돌프 의원이 먼저 거만하게 독설을 날렸다. “나는 악당에게는 절대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그러자 겸손하고 예의바른 그레이 의원이 말했다. “저는 악당에게는 언제나 먼저 길을 비켜 줍니다.” 그리고 구두를 벗고 흙탕물로 내려서서 란돌프 의원이 지나가도록 배려해 주었다. 누가 더 매력적이고 누구와 더 사귀고 싶겠는가? 실제 승자는 누구였을까요? 악을 악으로 이기고자 하면 모두 패자가 되나 선으로 악을 이기면 모두 승자가 된다.
져주는 어리석음 속에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가 있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