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태풍 ‘마이삭’이 내가 사는 섬을 할퀴고 지나갔다. 수년 전부터 어머니가 일궈 온 밭에 과수를 심었다. 혈액순환에 좋다는 오디를 비롯해 아로니아가 강한 비바람에 꺾여 있는 모습을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보게 되었다. 더 급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며칠 후 밭을 둘러보러 갔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오디와 무화과나무가 뿌리 채 뽑힌 채로 나뒹굴고 잎사귀는 이미 마르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후회를 했다. 처음 봤을 때 잠시나마 밭을 둘러봤으면 애 궂은 나무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사소함에 대한 무시의 대가였다.
경남 남해군에 사는 주부 박고은 님의 글은 우리들이 잊고 지나치는 지극히 ‘사소함’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왔다. “엄마가 되면 밥하고 청소하며 집안 살림하는 게 사소한 일이지만 그로인해 남편은 걱정 없이 돈 벌러 나갈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마찬가지로 남편도 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뙤약볕에 출근해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사소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의 참다운 가치 추구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