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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Sep 07. 2020

제16화 물같이 바람같이

물(水)같이 바람(風)같이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려 말 고승이자 왕사였던 나옹선사(1320~1376)의 시(詩) 한수가 떠올랐다.  

   

靑山見我無語居(청산견아무어거)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視吾無埃生(창공시오무애생)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貪慾離脫怒抛棄(탐욕이탈노포기)

미움도 벗어 놓고 탐욕도 버려두고

水如風居歸天命(수여풍거귀천명)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 하네.

[출처_ 나옹선사의 시]        


물은 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 멈추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물은 자연을 풍요롭게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혈액이다. 때로는 물은 구름과 비가 되기도 하지만 본연의 성질을 바꾸지 않는다.     


바람은 또 어떠한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이별하는 것도 바람 같은 것, 폭풍이 제 아무리 세게 불어도 지난 뒤에는 고요하듯 덧없는 모든 사연들을 공허하게 만든다.     

    

산다는 것이 이처럼 물과 바람과 같다.   

한국 패션계의 거장! 이상봉 선생께서 보내온 ‘물같이 바람같이’다.    

아직도 2008년도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캘리그래피 작가 입문 시기인 2008년도에 이상봉 선생은 '2007~2008 파리 패션쇼-한글에 옷을 입히다'(캘리그래피를 의상에 접목)로 세계인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 그 시기에 이상봉 선생의 도발적인 한글 패션의 혁명에 큰 감명을 받았고, 그로 인해 캘리그래피에 흥미를 느끼며 언젠가는 이상봉 선생님과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염원이 12년이 지난 후 본인의 캘리 북에서 만나게 되어 큰 영광이다.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운 한글을 패션에 담아내는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lie sang bong 대표) 패션 디자이너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글을 모티브로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인에게 알리려는 애국심의 발로(發露)였지만 무엇보다 한국 사람이 한글을 표방하고 디자인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는 점에서 한글 패션은 적중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오늘도 이상봉 디자이너는 생각에 잠겨 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국민들에게 또 세계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알릴까? 를 고민하고 있다. 동양의 정체성을 서양이 공감하는 디자인 요소로 도출하려는 이상봉 디자이너의 철학이 담긴 패션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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