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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Sep 08. 2020

제18화 아버지 반만 따라가도 성공한다

주인장!

그동안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이 나그네

젖먹이 유년시절부터 청년과 중년을 거쳐

백발노인이 되기까지 오랜동안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보잘것없는 빈털터리 손님으로 왔다가 융숭한 대접을 받고 이제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지난 세월 뒤돌아보니 한순간 꿈이었군요

즐거움도 슬픔도 미움도 기쁨도 욕심과 나눔도 한순간 꿈이었군요

많은 시련 속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는 삶을 지내다가

이제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내 좀 더 머물지 않는다 서운치 마오

갈 길이 멀어 조금 일찍 나선 것뿐이요

다음 세상에 내가 머물 곳은

그 어딘지 궁금하지만

내 도착하는 대로 안부 전하리다

잘 있다고.. [출처: 이중길 시(詩)_ 길을 나서며]    


평생 음식 장사만 하시다 작년 2월, 예고 없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서울시립 백제 승화원 현관에 걸린 이중길 시인의 ‘길을 나서며’를 넋 놓고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던 오늘의 주인공 한태범(35, 요리사, 동송 돈가스) 대표는 살아생전 아버지와의 장사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애통하다고 했다.               

   

두 형제는 유아기 때부터 음식 장사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새벽부터 밤늦게 장사를 해야만 했던 그 시절, 두 형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큰 말썽 없이 장성하여 이제는 장사의 집안답게 각자 음식 장사를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장사를 하면서도 “아버지 반만 따라가도 성공한다.”라는 좌우명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아버지가 남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버지도 요리사였고, 장사를 오랫동안 운영해왔던지라 저에게 가장 편한 선배님이셨죠." 제가 식당 운영을 하면서 힘들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아버지께서는 "손님은  가족도 친구도 아니다 거짓말은 안 한다. 맛이 없으면 식당을 찾지 않을 것이고 맛있으면 네가 가게 문을 닫지 않는 한 계속 찾아올 것이다.”라고 하면서 “돈을 벌려고 재료를 아끼면 망할 것이고, 맛있게 만들려고 해 봐라 그럼 저절로 돈이 벌리는 것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은 지금도 한 대표의 장사 철학으로 새기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돈가스를 만들기 위해 재료 손질을 하는 한태범 대표

지금도 많이 모자라고 여쭤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아버지께서 너무 빨리 제 곁을 떠나서 보고 싶다는 한 대표는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에서 신선한 돼지고기 등심을 예민한 숙성과정을 거쳐 맛있게 튀겨 손님상에 올리는 돈가스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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