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사람들
캘리그래피는 묘하다.. 끌림이다... 신선하다...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글씨 하나로 마음을 다잡게 해 주고,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 주는 마력의 메신저..,
바로! 캘리그래피의 현주소다.
8 년 전 충남 논산에 거주하시는 장애인 한분이 나에게 캘리그래피 작품을 처음 의뢰한 적이 있었다. 여성으로서 야생 약초(산야초: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풀, 약초)를 365일 매일 같이 아침 5시에 일어나 해 질 때까지 야산에서 약초를 캐어 손수 제조까지 해서 포장에 들어갈 산야초 이름을 지어 상표등록을 해야 되는 과정에서 막막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을 통해 인터넷에서 나를 알게 되었고, 포장에 들어갈 산야초 글씨를 써 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메일 1통을 받았다.
산야초 이름은 ‘청정 산야초’라 했다. 난 흔쾌히 글씨를 써 주었죠. 글씨를 쓰면서도 마음 한편에 뭔가 짠한 느낌! 비장애인들도 힘들고 괴롭고 몸이 불편하면 일하기 싫어하고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데, 장애의 몸으로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산야초를 상품화하겠다는 일념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그 후, 직접 만들었다는 청정 산야초(본인이 써 드린 글씨로 만든 브랜드)와 약초를 깨면서 우연히 발견한 귀한 송이버섯까지 보내왔다.
또 한분은 현재 전북 부안에서 유황오리훈제와 메밀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님인데.., 이분 역시 한때 잘 나가던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중 IMF에 부도를 맞아 회사가 도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 길로 무일푼의 떠돌이 방랑생활을 하다가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친구’라는 단어를 검색했는데 이미지란에 본인이 써서 블로그에 올린 ‘친구야! 포기하지 마’라는 글씨를 보고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사업에 실패하고 전국 각지로 전전긍긍할 때 대구에 거주한 그의 친구가 아무 조건 없이 도움을 줬다고 하면서 그 글씨를 본 순간! 도움을 준 친구에게 더 이상 피해를 주기 싫어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온갖 힘든 일을 참아내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저에게 레스토랑 간판 글씨를 의뢰했던 사장님이었죠. 그 분과의 글씨를 주고받으면서 지금까지 귀한 인연으로 남아 있죠.
캘리그래피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
어쩌면 내가 이 길을 계속 고수하고 끝까지 걸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굳힌 것도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분들의 사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캘리그래피는 마음의 휴식이 되고, 웃음을 짓게 하고, 눈물을 쏟게 하며, 꿈을 꾸게 하는 것 같다. 내 글씨가 세상 밖으로 나갈 때면 곱게 키운 딸 시집보낸 양 아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는 것이 모두가 글씨가 지닌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 마음 한구석에 빛이 되고 온기가 되어 따뜻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우리의 한글!
그 속에 피어나는 캘리그래피...,
난 오늘도 캘리그래피와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