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캘리그래피 석산의 스토리 북

살아 숨 쉬는 글씨

by 캘리그래피 석산

컴퓨터 글씨에서 생성되는 글씨체와 별개로 캘리그래피의 서체는 다양하게 구현된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글씨’라고 생각되는 캘리그래피가 종류가 많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캘리그래피는 글씨 쓰는 형태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면밀하게 분석해 보면 모두가 같은 느낌 다른 글씨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사물을 보고 그 사물에 맞는 글씨를 쓴다는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겨울철 가마솥에서 펄펄 끓어오르는 곰국을 보며 ‘얼큰한 곰탕’의 글씨를 써 본다고 할 때 우리들은 얼큰한 곰탕에 대한 이미지가 바로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그렇지만, 얼큰한 곰탕이라는 글씨를 떠올린다면 생각은 많이 바뀔 것이다. 곰탕에 대한 이미지를 글씨로 옮기는 작업, 글씨에서 그 곰탕을 맛있게 먹고 싶다는 느낌이야말로 생명력이 있는 글씨인 것이다.


수년 전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가수 박상민 씨가 운영하는 생고기전문점 ‘누룽지 대감’의 간판 글씨를 써 달라고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먼저 스치는 게 생고기전문점과 누룽지 대감이었다. 고깃집인데 간판 상호를 ‘누룽지 대감’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순간 떠오르는 것은 누룽지를 생각하게 된 것! 옛 조상들이 음식을 먹고 나면 의례적으로 가마솥에서 나온 숭늉을 물 대신 마시는 것을 착안을 했고, 그렇다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친근한 글씨, 그리고 편안한 글씨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간판이 들어가는 위치를 파악해 보았다. 과연 내가 쓴 글씨가 그 장소하고 잘 매치가 되는지에 대한 나름에 판단기준이었다. 사전 헌팅을 마치고 난 후 글씨 집필에 들어갔다. 글씨를 쓰고 난 후 느낌이 뭐랄까? 굵은 선을 기본으로 써 내려가면서 글씨의 익살스러운 느낌과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난 후 편안함’ 이랄까. 어떻게 보면 대만족이었다.

DSC_1807.jpg 생고기 전문점 '누룽지 대감' 외경1
DSC_1806.jpg 생고기 전문점 '누룽지 대감' 외경2
누룽지대감1.jpg 생고기 전문점 '누룽지 대감' 실내 입구
갈매기 살에 묻어나는 육질이 더욱 맛을 느끼게 한다.jpg 육질이 부드러워 더욱 감칠맛이 나는 '갈매기 살'

이런 것이 작가와 의뢰인과의 합치된 결과물이고, 동시에 글씨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일까?


우리들이 흔히 쓰면서도 가장 소중한 말 ‘사랑’이라는 글씨를 한번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부모, 형제, 가족, 친구, 이성 간의 사랑이 모두 포함이 된다. 여기에는 사랑을 표시하는 하트가 표현된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글씨 역시 표현기법에 따라 하트 형태를 그리거나 붓터치화 시키는 것으로 ‘사랑’이라는 글씨에 생명력을 담아주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글씨를 쓰는 형태는 우리들이 이미지화시키는 느낌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무엇이든지 조화 속에서 느낌은 배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씨와 이미지가 따로 논다는 말을 가끔 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보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정확하게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비록, 작가의 의도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글씨를 썼던지 간에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느끼는 정서가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잣대가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9 캘리그래피 석산의 스토리 북